로마의 휴일
독일에서 내내 찌푸린 날만 보다 이태리의 햇빛을 보니 화창 하다못해 뜨겁기까지 하다.
밀라노에서 아침 7시 기차를 타야한다. 호텔에서 새벽 6시에 나서 택시를 타고 밀라노 중앙역으로 간다. 새벽이라 그런지 항상 붐비던 밀라노 시내는 텅 비어있고 50분 남짓 걸리던 거리가 20분도 채 안되어 중앙역에 도착했다.
7시까지는 아직 40여분이 남았다. 간단한 요기를 위하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아직 시
간이 일러서 그런지 한 가게만 문을 열었고 사람이 모여있다.
“조금 참았다 떠날 즈음 Take out해서 기차에서 해결하자”.
밀라노 중앙역으로 나섰다. 역 광장앞에는 일제 말기에서나 보는 그런 나무로 만들어진 트렘이 대기하고 있다.
거의 시간이 다되어 간다. 역안에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문을 연 가게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름도 모르는 바케트 샌드위치와 콜라를지난 번 독일 뒤셀돌프에서 하이델 베르그여행때 ICE를 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왕복 약 350유로로 생각이 난다. 유로스타도 그보단 아니지만 왕복 160유로 정도 된다.
1등석이라 그런지 제법 갖출건 다 갖추었다. 가끔씩 음료수와 간식도 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빵만 사는건데..
유로스타는 볼로냐에서 잠깐 정차를 하고 이어 피렌체에서 방향을 바꾼다.
피렌체까지 오는 동안 가끔씩 들어나는 이태리 북부의 알프스가 내 눈을 고정시킨다.
11시 반, 스케줄대로 기차는 로마 테르미니(TERMINI)역에 정차를 하고, 나는 가방을 들러메고 역을 나섰다. 밀라노에서 지인이 지갑조심, 가방조심이라는 경고가 생각이 나, 수시로 가방을 챙긴다. 예약되어 있는 역 주변의 플라비아 호텔을 겨우 찾아 도착했지만 후론트 관계자는 1시 이후에 오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그나마 가까운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생각지도 않은 트레비 분수가 눈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벌써 뜨거운 태양에 몸은 지쳐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다. 분수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가 로마의 휴일을 흉내 내보려고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만, 나는 더워서 그늘에 쭈그려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우여곡절끝에 사진 한 컷, 그러고 보니 근처에 코롤라 광장이 있고 또한 막내놈을 위한 AS 로마의 공식 쇼핑몰이 근처에 있질 않는가. 지난 번, 밀라노에서 인터 밀란의 쇼핑몰을 찾았지만 시즌이 끝나 원하는 유니폼을 구입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는데. 꿩대신 닭이라 했던가.
AS 로마도 세리에 리그의 대표적 클럽이니 무척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도 잠시,
AS 로마역시, 시즌이 끝나 유니폼이 없다고 하질 않는가.
잠시 코롤라 광장의 탑을 감상한다. 상형문자들이 잔뜩 새겨진 탑은 길다랗게 하늘을 향하고 있건만 트레비 분수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 감상하는 자들이 거의 없다.
코롤라 광장의 탑을 등뒤로 하고 다시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거기서, 책에서 봐 뒀던 한 레스토랑을 찾아 맛있는 점심을 먹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잠시, 명품가와 스페인 광장을 샅샅이 뒤졌으나 책에서 소개하는 식당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젤 붐비는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이럴 때 솔로의 설움인가? 식당 주인은 제대로 자리를 주질 않는다. 거리가 아닌 식당 안쪽 구석진 곳에 합석을 강요하지 않는가? 처지가 처지인지라 그냥 참고 음식을 시켰다.
녹차가 섞인 굵은 마카로니로 만든 파스타다. 이름은 모르지만 앞 좌석에 앉은 노인께서 맛있게 들고 계시길래 나도 한 번 시켜본다. 역시 보고 시킨 것을 잘한 것일까. 그나마 먹을 만 하다. 양도 적당하고..
식사를 끝낸 나는 다시 스페인 광장을 넘어 포폴로 광장을 향한다.
포폴라 광장이 보이는 언덕에 도착,
멀리 바티칸의 상징인 성 페트로 대성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포폴로 광장에 내려와 분수를 본다. 예전에 여기서 벽에 부딪히게 하며 사형을 시킨 자리라 그런지 어쩐지 조금은 오싹하다.
시간은 어언 3시를 가리킨다. 벌써 계획했던 로마시내의 절반을 본 것이다.
트레비 분수 -> 코폴라 광장 -> 스페인 광장과 명품거리 -> 포폴로 광장..
다시 호텔로 향한다. 짐을 부리고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너무 더워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온도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해야 할까?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호텔.. 키를 받고 방을 들어간 순간,,
헉!!!!!! 이게 별 세개짜리 호텔인가..
TV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유료 스카이를 보라한다. 전화도 요청해야 유로로 사용할 수 있다.
방에는 침대하나만 덜렁..
그래도 명색이 90유로짜리 방인데..
우리나라 여인숙도 이보단 나으리라…
그래도 내방이라서 그런지 침대에 덜렁누워 잠시 망중한을 가져본다.
반바지에 티 하나만 입고, 그래도 머리를 보호(?)하고자 모자에 선글라스를 준비했다.
전철을 나와 지상에 오르자 한 눈에 사진으로만 보던 콜로세움이 눈에 들어온다.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도 함께..
콜로세움의 주변에는 로마전사복장을 한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입장권 구매를 위해 줄을 선다. 세계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마치 인종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 일테지만..
11유로(갑자기 금액이 생각나질 않는다. 아마 맞으리라)를 내고 표를 받는다.
옛날 많은 검투사들이 서로 살기위해 상대방을 죽이고, 맹수를 죽이고 죽고 했을 콜로세움..
지금은 원형은 많이 퇴색되고 허물어 졌지만, 그래도 이천년 이상을 견디어 온 역사의 현장이 아닌가. 콜로세움을 뒤로하고 개선문, 팔라티노 광장, 포로 로마노를 지나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들어간다.카피돌리오 미술관과 오래된 건물이 둘러싸고 있으나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다.
마침 거기서 새로운 부부가 탄생했는지 하객들이 가득 메우고, 신랑 신부가 하객들의 축복속에 둘러 쌓여있다. 콜로세움을 지나 카피돌리오 광장까지 지나는데 무려 세시간 이상이 걸린다. 벌써
7시가 넘었다. 우연찮게 여기서 한국인 가이드를 만나 한국 식당의 정보를 얻었다.
지난 번, 프랑크 푸르트에서 한국식당을 찾았다 사기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조금은 우려가 되었지만 그래도 자꾸 김치가 생각나니 어쩌란 말이냐?
빅토리아 엠마뉴엘 2세 기념관과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 Manzoni 역까지 부지런히 걸었다.
시간은 어언 8시에 육박한다. 하지만 일러 준 위치엔 한국 식당은 없고, 우연찮게 한국 부식품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다시 길을 물어 주변의 한국 식당(식당의 존심을 생각해서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을 찾았으나 여기는 전 번 프랑크 푸르트보다 더하다. 으~악~~~~~~~~~~~~~~~~~~.
여기서도 솔로라는 이유로 구석자리를 안내하여 먹지않고 나올려다, 그래도 기왕왔으니 먹고가야겠다는 생각에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그것도 18유로에..(한국에서는 4~5천원이면 먹는데, 그리고 뒤셀돌프에서 순두부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다시 들러고 싶은 곳이다. 가격도 9유로)
하지만 순두부라고 하기엔, 순두부에 고추가루만 풀었다. 서비스라며 족발을 준다. 남이 먹다 남은 것인지,, 정말 구역질 난다.
맥주 하나도 포함해서 26 유로.
30유로를 꺼내 계산을 하고 잔돈 2유로 동전 2개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챙겨 나왔다.
먼 타지에서 한국음식이 생각나 찾았는데, 그것을 역이용해 바가지를 씌우고, 성의도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정말 몹쓸 사람들이다.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들어 1시간 가량 트레미니 역 주변을 헤매고, 겨우 호텔로 들어왔다.
씻는 둥, 마는 둥,
그리고 나오지 않는 TV에 잠시 의지를 해볼까 했지만 이내 포기.
과감히 잠자리에 들었다.
첫날의 일과는 이렇게 마감하고..
다음날..
어제는 정말 많이 피곤했나 보다.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무려 10시간 가까이 수면을 취하다니, 9시경에 잠을 청한 뒤 깨어보니 어언 7시..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1층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일본인 부부와 동남아에서 오신 가족으로 보이는 한 팀, 그리고 유럽현지인들로 보이는 2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별 세개짜리의 호텔의 아침식사는 화려했다.
크라상, 쥬스, 우유, 그리고 시리얼..
까푸치노를 한 잔, 그리고 크라상, 쥬스 한 잔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곤 식사를 마쳤다.
그리곤 체크 아웃.
호텔을 나서니 8시 20분,
오늘은 근처 리퍼블리카 메트로에서 종일권을 4유로(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에 끊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찮가지지만 자판기를 통한 전철권 구매는 어느 나라도 특별하지 않다.
다행히 갈아타지않고 바로 산 피에트로 역까지 바로간다.
시간은 9시가 채되지 않았는데 벌써 햇살이 따갑다못해 후끈하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에도 없이 나와 동행(?)을 한다.
저기 산 피에트로 광장이 보인다.
광장안으로 들어가기 전, 교황이 거처하는 건물이 보인다.(이름은 모름).
스위스 용병들이 무지개복장을 하고 입구를 지키고 있다.
잠시후, 산 피에트로(우리말로 성 베드로)광장에 들어섰다. 중앙에 눈에 확 들어오는 오벨리스크..
그 주위로 2개의 분수가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내뿜는다.
계획대로라면 바티칸 박물관으로 가야하나, 일요일은 Close..
그래서 먼저 산피에트로 성당안으로 들억가기 위해 줄을 선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데 X-선 투시로 소지품 검사를 받고,, 성당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는 입구엔 야시시한 복장의 남녀들이 들어가지를 못하고 부러운 눈초리로 우릴 쳐다본다.
알겠지만 성당은 신성한 곳이라 하여 야한 복장은 못들어오게 막는다나 어쩐다나..
역시,, 교황이 사시는 곳이라 그런지, 그리고 역사적인 장소라서 그런지 성당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아니, 입이 벌어진다.
벽과 천정의 각종 장식, 그리고 곳곳에 말로만(아니, 책에서 사진으로 본 것도 있다..^^) 듣던 조각과
그림들이 가득차 있다.
우리가 많이 보고 듣던, 피에타. 하지만 예전에 누가 침입헤 훼손해서 그런지 지금은 시커먼 유리벽(
사실 시커�지는 않지만 유리로 차단헤서 멀리서 보면 잘 안보인다)에 갇혀 있다.
그리고 저만치 산피에트로 동상의 발을 만지기 위해 줄이 저멀리까지 서 있다.
발을 만지면 복이 온다나 어쩐다나.. (난 줄서기가 싫어 구경만 했다..)
그리고 저 앞쪽엔 세계각국의 사람들이 교황청에서 주관하는 미사에 참석하느라 한껏 모여있다.
그곳을 피해 바티칸내 박물관을 공짜가 아닌 5유론가 지불하고 둘러봤다. 물론 영어로 소개해주는
가이드폰과 함께..
이윽고, 성당을 나와 바티칸을 한 눈에 보기위해 쿠폴라로 가려한다.
물론 공짠 아니다.
지상에서 쿠폴라까지 오르기 위해선 537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매표소엔 심장이 약하거나 노약자들은 오르지 못하게 하지만 상당수의 노인들께서 함께 하기위해
줄을 서있다.
참고로 쿠폴라로 오르는 관광객을 돕기위해 엘리베이트를 설치(물론 공짜는 아니다)했지만
그것도 230여개정도까지밖에 가질 않는다. 어차피 절반이상은 자기 의지로 정상에 올라야 한다.
중간 곳곳에 엄마 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환기가 잘 되지않기때문에 더운데다, 체력적으로 힘들기까지 하니 어디 아이들이 제정신이겠는가.
우여곡절끝에 쿠폴라 정상에 도착했다.
전망대엔 기대밖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다.
믿음일까?
바티칸이 한 눈에 내려보인다.
교황의 집무실, 그리고 저 편으로 바티칸 박물관이 보이고 피냐 정원의 솔방울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저 한편으로는 로마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탑에서 일단 내려왔다. 벌써 뜨거운 햇� 열기가 나를 지치게 한다.
이제는 성당안에 들어와 볼 것 다봤으니, 체면 불구하고 반바지에 나시티로 갈아입어야 겠다.
화장실로 갔다. 나 말고, 나처럼 머리쓸 줄 아는 아저씨들이 문앞에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좀 살 것 같다.
그런데 저 밑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건물 한 창가에 붉은 천이 걸려있다.
12시에 교황께서 직접나와 메시지를 전하신다나..
다시 광장으로 내려왔다.
세계각국의 사람들이 자기 언어로 되어있는 피켓을 들고 연주도 하면서 교황을 기다린다.
특히 교황의 본국인 폴란드에서 온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교황은 창을 열고 나와, 이태리어로 메시지로 전한다.
그리고 본국어인 폴란드어로. 그리고 영어로, 독일어로,
아마 5개국어로 연설하신 것 같다..
광장을 나와 산탄젤로 성을 지나면서 살피고,,
다리를 지나 나보나 광장으로 간다.
예전의 트랙 경기장임을 한 눈으로 알 수 있게 타원형으로 되어 있는 경기장이다.
지금은 광장에서 거리의 미술가들, 연주가들이 저마다의 재주를 겨룬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1시가 지나다 보니, 허기가 진다.
역시 그곳에서도 가스가 든 생수와 파스타.
식사후 서기 27년에 건립했다는 판데온에 도착..
미켈란젤로가 그렇게 극찬했다는 건물이다. 그리고 판데온에는 기둥하나 없이 지금까지 우뚝서있다는게 신비할 뿐..
한때 화형장이었던 캄포 데 피오리를 지나 트라스테베레 언덕에 오른다. 이렇게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테르미니역에 5시 45분에 도착, 간단한 샌드위치와 콜라를 사 들고, 밀라노로 향하는 유로스타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