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무박산행으로 다녀온 후, 어제 무박산행을 다시 행 할 생각은 없었다. 첨에는 편하게 문경새재로 트레킹이나 다녀 올 심산이었는데, 전 주에 유난히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나를 보고싶어 자꾸 내 뇌리속으로 소식을 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계획 접고, 어머니가 계시는 밀양에 들러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누워 계시는 당신을 뵙고, 가까이에 있는 못다한 영남 알프스의 잔여 메인코스를 밟을 계획을 무박산행으로 계획을 세웠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직장생활 초기년도에 가지산과 운문산, 그리고 그 다음해에
천성산을 다녀왔으니 이번 재약산과 천황봉을 내 발밑에 두면 영남알프스의 메인은 대다수를 점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물론 신불산이 맘에 밟히기는 하지만..)
06년 11월 17일, 밤 11시 56분;밀양을 향해 무궁화에 몸을 싣고 평택역을 출발.
다음날, 3시 35분, 밀양역에 도착.
역에는 나외에 산행을 준비하기 위해 도착한 3팀이 더 있었다.
물론 그들도 재약산을 준비하는 팀 같았다.
아직은 먼동이 터기 전, 이른 새벽이라 날이 밝을 때까지 역에서 기다릴 심산인 것 같아, 첨 계획은 가까운 찜질방에서 약간의 잠을 청할 까 계획을 세웠지만 여기에 나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있는데 뭔 걱정.. 여기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야지.(역내는 난방이 되어 있는 지라 따뜻했고, 방훼꾼(?)들도 없어 편안했다. 그런데 웬걸, 2팀이 나를 배신한다. 택시기사들이 표충사까지 3만원을 제시한다. 적은 금액일까? 2팀은 마음이 움직여 역을 떠난다. 표충사까지 40분정도 걸린단다.(역에서..)
그래도 나는 끝까지 버티기로 했다. 5시 55분, 밀양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첫 시내버스가 도착한다. 6시 5분에 버스터미널에 도착. 표충사로 향하는 첫버스는 6시 반, 얼음골로 향하는 첫 버스는 6시 10분인데도 버스터미널에는 검표하시는 할아버지만 한 분 덩그러니,, 불켜진 버스도 없다.
6시 10분이 넘었는데 아직 표판매가 안된다.
할아버지 왈,,사람이 없어 6시 20분이 넘어야 첫 차가 출발한단다.
여지없는 코리언 타임.. 버스의 광고판에는 일등 밀양시라는 광고 표지가 어째..
일단 밀양에서 동북쪽으로 버스로 10분정도 떨어진 다원(다죽)이란 곳으로 향했다. 어머니를 뵈어야 하기때문.. 하지만 아직도 어둠은 가시지 않고..
근데 거짓말같이 10여분만에 어둠이 거의 거두어졌다. 훤하다.
어머니가 나를 반기시는 걸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머니가 누워계시는 동산으로 향했다. 약 30분정도 걸린다.
모처럼 어머니에게 신세타령.. 실컷 울었다. 산에서 한 시간정도 보냈다.
막걸리 한 잔도 올렸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는데..
산에서 내려와 표충사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표충사에 도착했다. 9시 10분.
간단히 매표소직전 동네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별루다.
차만 있으면 약 1킬로 떨어진 주차장 상가마을에서 좀 더 나은 아침을 구했을텐데.. 주인 아줌마에게 공기밥으로 주먹밥을 부탁드렸다. 인심은 후했다.
그냥 천원만 받는다. 끓는 물을 얻어 보온통에 담고, 매표소로 향했다. 9시 30분.
2천원이다. 나중에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 여기도 입장료가 없어질려나..
5분정도 오르니 가을산속의 표충사가 눈에 들어온다.
표충사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간단히 대웅전에 계시는 부처님께 두손모아 합장을 하고 오늘의 안전을 기원한다. 벌써 시간은 9시 40분..
이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야지..
표충사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오르기 시작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길이 꼭 북한산의 송추계곡을 연상케 한다.
산길은 물 한모금 머금지 않은 채 말라 있는데 계곡의 수량은 아직도 풍부하다.
그만큼 산속의 水路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겠지.
주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조용하다. 단체로 오르는 2팀만이 보일뿐, 산속엔 나 혼자 뿐인 것 같다.
20여분을 오르니 숨이차다. 등산로가 꼭 서대산과 도봉산길을 연상케 한다.
평지는 없이 계속 오르기를 요구하는 산..
표충사를 출발한 지 40분,, 흑룡폭포가 눈앞에 나타난다.
약 100미터 낭떠러지를 타고 가늘게 내려오는 물줄기가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준다. 여기서 물한모금을 하고, 다시 층층폭포를 향한다. 층층폭포까지는 앞으로 1.2 Km. 그런데 왠걸,, 이 길은 장난이 아니다. 가파르게 깎아내린 길이 나를 힘들게 한다. 숨이 목턱까지 차오르고,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오히려 표충사에서 흑룡폭포까지의 길보다 거리는 거의 절반에 이르지만 시간은 오히려 더 걸리는 듯하다. 숨을 헐떡이며 오른 지 50여분,, 앞에는 구름다리가 보이고 층층폭포라는 안내표지가 보인다.
50여분,, 여러개의 층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지만 수량은 많지는 않다.
폭포를 돌아 계단을 오르니, 군사도로가 보인다.
군사도로를 따라 십여분,, 8부능선이라 믿기엔 너무 광활한 사자평이 보인다.
마치 대관령에 서 있다는 착각에 빠질정도....
저 쪽에 재약산의 정상이 보인다...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잡힐 듯한 거리에 놓여있다.
정상을 향해서 출발...
약간의 경사로를 지나 20여분 오르니 드디어 정상을 오르는 언덕이 나타난다.
정말 가까이에 놓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
은근히 별로 힘들지 않아 보이는 산 길이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나를 지치게 한다.
거기에,, 심하게 불어대는 찬 바람이 온 몸을 스산하게 만들고 한 겨울에 놓인 듯한 추위를 느끼게 한다.
산을 막 오르면서 벗어둔 방한복을 다시 꺼내어 몸에 걸치고 마지막 20여분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정상을 향해 오른지 2시간 30분,,
12시 10분에 재약산 정상에 도착..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넓디 넓은 억새 평지가 눈앞에 펼쳐 있다.
민둥산에서 본 억새밭이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넓은 평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강풍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심하게 바람이 분다.
더하여 한기가 느껴져 오래 서 있질 못할 정도다.
한기에 시장기가 느껴져 자리를 떠기로 했다.
간단히 기념사진을 한 장 마련하고 바위밑으로 내려와 잠시 더운 물 한모금을 하고 식당에서 준비한 주먹밥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곧장 천황산으로 향했다. 그때가 12시 40분..
계속되는 억새평지를 지난 지 20여분,,
천황산과 재약산의 경계를 이루는 듯한 언덕에 도착한다.
천황산을 오르는 산길 역시, 재약산의 산길처럼 완만하게 보인다.
하지만 재약산에서 당한(?) 정상공격길이 천황산에서도 있을까 조금은 걱정이다.
언덕에 설치된 비닐 산장에서 잠시 심호흡을 하고 정상을 공격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길 역시, 재약산의 정상길처럼 은근히 힘들게 만든다.
정상을 공격한 지 30여분,, 마침내 1시 30분, 천황산에 발을 멈춘다.
서쪽엔 재약산이, 그리고 북쪽엔 가지산이,, 이름 그대로 영남 알프스가 한 곳에 모여있다. 하지만 왠 돌멩이가 그리 많은 지..
.
이젠 목표를 다 이루었으니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얼음골로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라는데.
아무튼 마지막 종착점으로 향하기로 한다.
20여분을 얼음골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평이한 길로 나선다.
마침내 얼음골로 향하는 급경사로가 나타난다.
죽는 줄 알았다.
왠 바위가 그리 많은 지..
갑자기 지난 주에 지리산 중삼리로 하산하던 돌멩이 계단이 생각난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그것도 심하게 깎아내린 경사에 내 무릎은 거의 폐기직전이다. 그러한 길을 50여분,,
얼음골을 지나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
얼음골 계단길로 인하여 나는 초주검이 된다.
내려오는 동안, 나와 함께한 일행은 아무도 없었다.
왜 일까..
그게 이해된다..
아무튼 힘들었지만 그동안 꿈꾸었던 재약산과 천황산을 찾아 정상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게 오늘의 수확이다.
하지만 얼음골로 내려오는 길은 다시 고려해 봐야 할 대목이다
- 산행로-
표충사매표소 ->(10)->표충사 ->(45) ->흥룡폭포) -> (50)-> 층층폭포 -> (10) -> 사자평입구 -> (50) ->재약산 -> (50)천황산 -> (20) -> 얼음골 갈림길 -> (50) -> 얼음골 주차장 (쉬지않고 4시간 25분, 쉬엄쉬엄 5시간 20분)
'일반산행 > 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암산(2005년 10월 2일) (0) | 2007.09.15 |
---|---|
월악산(07/09/02) (0) | 2007.09.02 |
운장산(07/06/03) (0) | 2007.06.06 |
경주 남산(금오산, 07년 5월 25일) (0) | 2007.05.30 |
용봉산(3/4) (0) | 2007.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