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자: 08년 8월 17일(일)
2. 누구랑: 안양 마루금 산악회 횐님들이랑
2. 산행코스: 광산입구~포장소로~국시재~임도~하단이끼계곡~상단이끼계곡~주계곡~동굴~고사리~식당(15.45Km)
3. 소요시간: 9시간 6분
가끔씩 화재사고를 보면 난간에 매달려 구호를 요청하는 장면을 보게된다.
' 과연 저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들까?'
' 가족들 생각을 할까?'
' 아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 반성을 할까?'
이제 나는 안다.
아무 생각을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뿐일거라는 걸..
즐거운 맘으로 산행에 나섰다, 이런 생각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아무 생각을 않고, 단지 생명줄인 자일을 기다리며 벼랑에 매달려 죽음의 공포를 느껴 보았다.
머리위에는 갈라진 바위가,, 그리고 그 곳에서 물이 뚝 뚝..
디딛고 있는 진흙에서 아래로 조금씩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고.. 저 아래 낭떠러지에는 물이 아닌 바위가 떠억하니 버티고..
거의 나무가지하나에 의지하여 자일에 매달릴 내 차례를 기다리며..
온몸에 썰퀴고 할켜지고..
정말 무섭고 섬칫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지난 번, TV를 통해 무건리 이끼계곡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그 곳의 이끼계곡은 이름그대로 무릉도원이었다.
가고 싶었다.
결국 마루금횐님들과 의기투합이 되어 우리들은 실천에 옮겼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기왕이면 화창하길 빌었으나 날은 흐리고 전 날까지 비가 내린 탓에 수량은 왕성했다.
한 밤중에 출발한 지라 새벽녘에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고, 한 달음에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5.9Km를 1시간에 주파했으니...)
TV로 본 무릉도원이 실제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니, TV에서 본 것보다 실제는 더 화려했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파릇한 이끼위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수..
중앙의 주 폭포옆으로 살짝 균형을 맞추며 자리잡은 또다른 폭포..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예고편이었다.
폭포옆으로 설치되어 있는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순간, 내 입은 다물어 지지 않았다.
푸른 잔디밭위로 세차게 뻗어내리는 물줄기들..
그리고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수온..
그 곳은 진정 무릉도원이었다.(정말 신선이 살고 있으리라는 착각이 들기에 충분한..)
하산길,
신선이 노는 무릉도원에 凡人들이 함부로 犯했으일까?
이어 나타난 하산길의 계곡역시 풍부한 수량에 가는 여름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이어진 하산길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 곳은 오지가 아닌 사지였다.
전날까지 이어진 비로 인해 계곡물은 넘쳐 흘렀고, 물살은 우리가 대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급하게 떨어진 물 길,
세차게 흐르는 물살,,
이를 피하기위해 우린 다시 골짜기를 타고 위로 올랐고,
자일 하나에 의지한 채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야 했다.
어깨가 꺾이고, 무릎, 팔 손 등,, 성한 곳이 없다.
질은 진흙덕에 절벽에서 나무가지에 매달린 채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물살에 밀리지 않으려 손에 손잡고..
센 물살과 바닥의 이끼때문에 물 속에 첨버덩...
언제쯤 끝에 도달할까..
가도 가도 끝없는 하산 길..
계곡의 끝자락에 도달할 즈음,
모두가 안도와 해냈다는 자부심에 얼굴에 미소와 이어지는 큰 소리의 웃음들..
고행의 완수에 모두가 만족감과 성취감에 잠시 도취된다.
오늘의 산행이 너무 힘들었으일까?
뒷풀이로 마련된 매운탕은 천하일미다.
한가득 밥을 풀어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간간히 이어지는 119차량 소리들,,
우리와 함께 했던 인천 모 산악회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마을에 사시는 한 할머니께서.
"매번 사고나는 그 곳에 왜그리 죽자사자 들어가는 지.."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잊지 못할 산행이었다.
하지만 다시 나서라고 권한다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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