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9정맥(완료)/백두대간1차(북진_완료)

19구간(하늘재~포암산~대미산~차갓재~작은차갓재)

so so 2009. 1. 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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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19구간

 

일자: 09년 1월 18일~19일

 

구간; 하늘재~포암산~만수봉갈림길~부리기재~대미산~차갓재~작은차갓재~생달리(20.01Km)

 

날씨; 종일 눈 펑펑

 

소요시간; 10시간 35분

      03:40, 하늘재 출발

      04:31,포암산

      05:47, 만수봉갈림길

      09:09~09:43, 식사

      10:05, 부리기재

      10:49, 대미산

      11:54, 새목재

      13:28, 차갓재

      13:54, 작은차갓재

       14:13, 안생달마을(구탄광입구)

 

유난히 추웠다.

그렇다고 대책도 없다. 그냥 끝까지 가는 방법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에..

원망도 못한다. 내가 원해서 가는 길이기에.. 누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택한 종주길이게...

하지만 속으로 후회도 원망도 많은 하루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나자신에게..

 

지난 12월의 대간산행을 한 지 20여일만에 1월의 일정을 시작한다.

이젠 발목부상도 많이 좋아졌고, 지난 주 희양산성터에서 이화령까지의 숙제 구간도 무사히 마친 터이라 홀가분한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36구간중 18구간을 끝냈다.

이제 남은 구간이 마친구간보다 작다.

꼭지점을 지나 내려가기만 하면 되고,,

재작년 여름, 아무 생각없이 지리산 중산리를 출발한지 꼭 1년 반 만에 어느새 절반의 반환점을 돌아 종착점을 향해간다. 그리고 이번 구간은 거리상으로 Half point도 만날 수 있는 구간아닌가?

그래서인가? 더욱 더 백두대간 종주에 애착이 가고 진부령을 밟을 날이 기다려진다.

 

생각지도 않았던 설중산행이다.

대간을 시작한 이래 눈내리는 날, 긴 산행을 해본적이 없었다.

예전같으면 내내 즐거움으로 해야 할 산행이 긴 산행시간속에 불편함과 힘들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몸이 피곤하니 자연스럽게 주변환경이 불편하게 느껴졌으리라.

산행내내 펑펑쏟아지는 함박눈사이에서 옷이 젖고, 신발도 흠뻑 젖었다.

눈내리는 대간 산행은 긴 장로의 대간의 고행속에 또다른 추억의 한 장을 넘기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푹신푹신하게 쌓인 눈 덕에 발목의 통증은 별로 느껴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리라.

 

하늘재~포암산

하늘에는 구름한 점 보이지 않는다.

달님도 우리를 만지하는 게 부끄러운 듯, 절반의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

유난히 밝은 달, 별들이 오늘의 산행시작을 즐겁게 한다. 마치 이어질 고행이 더욱 힘들게 느끼게 만들고 싶은 양..(이런 날씨에 누가 설중산행을 생각 했을 지..)

눈들은 다 녹았는 지 산 길에는 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편한 산행을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앞선다. 아이젠과 스패츠없이 산행을 시작한다.

잠시 여유를 부리려는 듯 가벼운 코스로 시작하더니 어느 새 코스가 가파르진다.

종주산행을 한지 열흘도 되지 않는데 금방 숨이 가빠진다.

몇 해전 여름에 이 곳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렇게 코스가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코스가 달라서일까?

숨이 턱에 다다를 즈음, 잠시 평탄한 코스가 이어지고 돌무덤이 드러난다.

포암산이다.

십여개의 봉우리중 첫번째 봉우리를 끝냈다.

시작이 좋다.

 

포암산~대미산

포암산을 출발한 지 십여분,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잎에 쌓여있는 서리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았다.

잠시 하늘을 본다. 하늘에 그 많던 별과 수줍어 고개숙이고 있던 달이 보이질 않는다.

일기예보처럼 정말 눈이 오려는가?(모처럼 기상청이 제 역할을 하나 보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내리는 눈(눈보다는 우박에 가깝다)..

만수봉 갈림길에 다다를 즈음 우박에 가까운 눈이 함박눈으로 바뀐다.

옷이 젖고 잠시 추운 듯, 한 두명씩 방풍자켓을 꺼집어 내어 입는다.

잠시 생각하다 그냥 폴라자켓만 입고 계속산행을 한다.

모두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배낭위에 눈이 쌓인다.

만수봉갈림길까지 평탄하게 이쁜 길을 따라 걷다 갈림길부터 가파른 산행이 다시 시작된다.

가는 길내내 눈이 쌓이고 눈이 자꾸 눈으로 들어온다.

갈림길을 지난지 두어시간, 어둠이 걷혀지고 날은 밝아온다.

모두의 자켓과 신발이 흠뻑 젖어있다.

산행이 보통때보다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부리기재가 가까워진다.

배꼽시계는 오늘도 어김없이 밥시간을 알려준다.

부리기재못가 이름모를 봉우리를 지나 아침을 먹기로 한다.

식사조건이 영 말이 아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내리고, 땅에는 눈이 가득 쌓여있다.

자리를 펴고 눈을 맞으면서 식사를 한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윈드자켓을 입었지만 추위때문에 편한 식사가 되질 않는다.

그나마 함께한 정륜님 내외가 준비한 떡만두국이 몸을 녹여주지만, 언 손때문에 젓가락질이 쉽질 않다.

모두가 추위때문이었을까? 예전보다 식사시간이 짧게 끝낸다.

젖은 장갑에 손을 맞추고 다시 출발한다.(장갑에 손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는다.)

눈발은 전보다 더욱 굵어진 것 같다.

길이 미끄러워 결국은 아이젠을 착용하지만 습한 눈이라서 눈이 산행길을 방해한다.

가파르게 내리막길에서 잠시 오르막길..

부리기재라는 표지가 보인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절반이 끝났다.

급한 산길이 계속이어진다.

얼마전에 한 식사가 계속 부담이 된다.

눈으로 앞을 보기도 힘들고,

모두가 말이 없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군다나 아이젠에 눈이 뭉쳐 걸음걸이가 유난히 더뎌지고 힘들어 진다. 아이젠이 귀찮았는 지 아이젠을 벗고 산행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힘들게 가파르게 오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얕은 경사로를 조금지나니 여기가 대미산이다.

오늘 산행중 최고봉이자 하이라이트..

여기서 부터 1시간 반정도면 차갓재에 도착한단다.

그리고 지도상으로도 세 개의 봉우리만 넘으면 된다고 되어있다.

오늘 고생도 끝날 듯한 분위기..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활기찬 분위기로 단체사진까지..

근데 대간길은 우리의 이런 기분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대미산~차갓재~작은차갓재~안생달마을

갑자기 길이 하강길이다. 물론 내려가는 길이니 당연히 하강길이다. 하지만 천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둘이나 남았고 구백미터의 봉우리도 하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이나 내려갔을까? 아니, 정말 한참이나 내려왔다.

내려오는 한참길도 힘들어 죽는데 다시 코스가 오르막으로 바뀐다.

직벽으로 오른다. 몸은 천근같은데 더군다나 눈때문에 더욱 무거운데.. 엉킨 눈 때문에 다리는 자꾸 꼬이는데.. 걸음 속도가 나질 않는다.

거리상으로 기껏해야 400미터 내외인듯한데, 한참 걷는다. 정말 포기하고 싶다.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미쳤어!! 정말 미쳤어!!"

유행가의 한소절이 딱 맞아 떨어진다.

함께 하는 님들에게서 불평소리가 쏟아진다..

한봉우리를 마치자 또다시 이어지는 봉우리.. 그리고 또 봉우리들..

지도상에는 분명 세개의 봉우리인데.. 일곱내지 여덟개의 봉우리를 넘은 듯하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도 한 참 지날 즘 드디어 종주의 절반점을 알리는 비가 우리를 맞는다.

잠시 힘든 여정도 절반을 마쳤다는 만족감에 잊혀지고..

남은 여정을 이어간다.

저기 보이는 차갓재.

오늘의 목적지이다.

눈발도 옅어지고..

여정이 끝날즈음에 눈이 그쳐간다. 젠장..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버스가 고개를 넘지 못한단다.

무슨 고개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우리가 내려가는 길에서 버스를 만날 수 없기에 고개를 넘어야 한단다.

허걱...

차갓재앞에 터억하니 버티고 있는 고개..

지금 생각하니 별로 높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때는 왜그리 높아보이는 지..

지그재그로 오르는 폼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

영락없이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산악인들의 모습이다.

맞다. 우리는 안나푸르나보다 더 의미있는 우리의 땅, 백두대간을 밟고있지를 않는가?

계획보다 30여분을 더 지나고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로 향하고..

30여분을 지날즈음 마을을 지나 버스와 합류.. 오늘의 대간구간을 마친다.

 

종일 내내 온 몸을 젖어가며,, 그리고 눈을 맞으며 추위속에서의 아침식사..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30여분의 추가 시간들..

지금은 잠시 미소짓는 시간이지만,, 당시에는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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