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08년 12월 27일 ~ 28일
구간: 하늘재~탄항산~평전치~부봉갈림길~마역봉~조령3관문~신선암봉~조령산~이화령
거리; 도상 17.3Km, 실거리 17.68Km
소요시간; 12시간 57분(대기시간 포함)
구간별 소요시간;
- 03:37, 하늘재 출발
- 04:42, 탄항산
- 05:16, 평전치
- 06:27, 부봉갈림길
- 08:12, 마역봉
- 08:44, 조령3관문
중식시간 50분
- 13:07, 신선암봉
- 14:38, 조령산
- 16:34, 이화령
대간 18구간은 이미 다녀온 봉우리가 몇 곳이 있어 잘 아는 곳이라며 쉽게 생각한 듯하다.
지난 16구간때 발목부상으로 17구간을 쉰 덕에 2달만에 갖는 산행이다.
물론 가벼운 산 몇곳은 다녀왔지만 장거리 산행은 모처럼인지라 걱정도 많다. 더군다나 아직 발목에 아리한 느낌이 남아있기에 더욱 더 그랬다.
나서기전, 아내는 말린다. 발목이 많이 걱정되나 보다.
하지만, 17구간을 쉬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에 또다른 숙제를 남기지않으려 18구간을 감행한다.
정상적이라면 이화령에서 하늘재로 북진을 해야하나 여건이 여의치 못해 역으로 남진을 한다.
다른 산행기를 보면 북진은 거의 10시간 미만이나 남진은 12~14시간정도 소요된 기록들이 대다수다.
그만큼 남진이 북진보다는 부담이 많이 되는 코스라고 생각은 했지만 조령산, 부봉등을 이미 경험한 지라 그리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
급하게 솟아있는 봉우리, 그것도 암벽이 대다수인지라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어 아찔하기까지 하다.
내가 아는 문경새재를 끼고 있는 산들이 아니었다.
3관문에서 다시 느껴지는 발목통증으로 걸음은 더디어졌고,,
하지만,, 끝난 후의 또 한구간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산행중에 느꼈던 고통들은 뒷풀이의 맥주 한잔으로 한순간에 씻겨나간다.
역시 대간이 내게주는 기쁨은 변하지 않았다.
3주후에 19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전에 미뤄졌던 17구간을 마쳐야 하고..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넣어 둔 찜질팩으로 발목을 열심히 찜질한다. 마누라 눈치를 살피면서...
하늘재~탄항산(1시간 5분)
금정역을 출발한지 4시간 10여분만에 대간팀을 태운 버스는 하늘재에 도착한다.
모두들 잠에서 덜 깬표정으로 산행준비를 한다.
이번에도 1시간채안되는 잠을 잔다. 난 왜 버스를 타면 깊게 잠을 자지 못할까. 해외출장때도 12시간이상되는 비행에서도 거의 잠을 자지못해 내리자마자 호텔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습성때문에 늘 힘들어 하는데.. 그래서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을 자기시작해 내릴 쯤해서 깨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버스안에서 깊이 잠을 들수있는 대간님들이 부럽다.
역시 오늘도 비몽사몽간에 대간을 해야하나보다.
주변은 어둠이 가득하고,, 잠시 밖을 나가 날씨를 확인한다.
차가운 느낌이 다가온다.
발목에 붕대를 감았지만 그래도 약간 아리한 느낌에, 배낭에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짐을 버스에 내려놓는다. 그래도 겨울짐인지라 묵직하게 느껴진다.
어두운 초소를 뒤로하고 하늘재를 출발했다.
차가운 느낌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출발하는 느낌이 좋다.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모처럼 하는 산행이어선지 금방 숨이 차오른다. 군데군데 얼어있고 내렸던 눈들이 보이지만 미끄럽다는 느낌은 없다.
시작하자마자 바위벽들이 나타난다. 밧줄에 몸을 의지하여 어둠속을 오르고..
내내 가파른 고갯길이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솟는다. 모처럼 땀을 흘릴 수 있어 좋다.
헐떡이는 숨을 몰아쉰지 1시간 남짓.. 탄항산에 도착한다.
탄항산~조령3관문(4시간 2분)
산길이 장난이 아니다. 유난히 굴곡이 심하다는게 느껴진다.
험한 산길에 유난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밧줄들..
그래도 초반인지라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바람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칼바람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얇은 폴라자켓을 입고 출발한지라 약간 추위가 느껴지지만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어느새 부봉갈림길이다. 출발한 지 3시간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는데..
부봉갈림길이라는 표지에 어느새 기분은 절반을 한 듯하다.
여기서 조령3관문은 2시간 남짓이니..
부봉갈림길에서 대간팀은 잠시 멈칫했다.
대장이 기왕 부봉갈림길에 왔으니 1부봉이라도 가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장의 희망사항.. 모두가 원치않는다.^^
결국은 대장의 희망을 과감히 꺾은 채, 그냥 직진한다.
부봉갈림길에서 마역봉을 오르기 30분 전까지는 길이 대체적으로 완만하다.
부봉갈림길까지 힘들어였을까.. 모처럼 숨고르기를 한다.
어둠은 거치고, 날이 밝아온다.
마역봉을 오르면서 저기 먼 산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모처럼 느껴 본 일출이다. 잠시 일출의 광경을 감상하고 마역봉으로 계속진행한다.
숨이 턱까지 오른다. 굉장히 가파르다는 느낌이다. 온도도 많이 떨어져 있는지 손끝이 조금 시리다.
나무가지에는 얼음꽃이 피어있고..
마역봉 정상에는 예전에 내렸던 눈발인지 아님 서리가 얼어서인지 하얀 눈꽃들이 바위곳곳에 피어있다.
저멀리 부봉이 눈에 들어오고 문경새재가 품고있는 봉우리들이 눈앞에 드러난다.
구름을 뚫고 솟아있는 봉우리가 한 폭의 동양화다.
대간님 한 분이 마치 백두산 정상을 보는 것같다는 느낌을 표한다.
오르는 길이 험해서일까,, 내려오는 길도 가파르다.
발목이 저려온다. 배도 고프다. 역시 나의 배시계는 조금도 오차가 없다. 빨리 3관문이 눈에 들어오기를 기대하며 내려온다.
발목을 나름대로 풀어주면서 내려오지만 자꾸 걱정이 앞선다.
드디어 저 밑에 문경새재의 길목을 지키는 3관문이 눈에 들어온다.
3관문의 주막(?)에는 벌써 아침식사준비로 바쁘다.
주인말로 최고의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민X님이 준비한 문어회와 과메기의 성대한 음식들이 차려지고 어느새 막걸리 파티가 벌려진다.
느낌은 벌써 산행이 끝난 느낌이다.. ^^
나도 두어잔 마신 막걸리 덕에 약간 알딸딸하고..
하지만 힘든 산행이어선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지만 계속되는 산행을 위해 억지로라도 몇 술을 떴다.
조령3관문~신선암봉(4시간 29분)
각 팀의 조장님들이 마련하신 음식과 총무님의 덕(?)으로 준비한 파전과 막걸리로 푸짐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신선암봉을 향해 오른다.
지금까지는 예비고 본경기는 지금부터란다.
난 예비경기도 무척힘들었는데.. 지금까지의 산행이 예비경기면 본경기는 어느정도일까.. 걱정이다.
조금전에 마신 막걸리때문일까.. 속도 더부룩하고 머리도 아프다.
빵빵해진 복부때문에 오르는 내내 힘이 부친다.
그냥 아무생각이 없다.
계속 오르내린다. 힘들게 올란다 싶으면 힘들게 내려가란다. 그것도 맨손이 아닌 밧줄잡고..
대야산의 직벽구간,, 희양산의 절벽들이 머리속을 스쳐간다. 그것은 서막이었다.
잠시 전망바위에서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산세에 잠시 넋을 잃고 감상한다. 피로도 잊은 채..
다시 신선암봉을 향해 계속 전진..
눈앞에 들어오는 신선암봉.. 녹색이나 나무색은 별루 없다. 그냥 허연 암벽뿐이다.
허걱.. 저걸 올라야 한단다.
먼저 선봉에 섰던 일행들이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온다.
바위는 눈과 얼음으로 오르기가 힘들다.
우회로를 뚫었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다.
死地의 기로에 선 느낌이다.
밧줄때문이었을까.. 팔 힘이 빠진다. 잘못하다 밧줄을 놓을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바짝엎드려 겨우겨우 암벽구간을 탈출한다. 정말 오줌이 찔끔찔끔 나오는 느낌이다.
힘든 고생때문이었을까.. 그렇게 하여 맞이한 신선암봉은 내게 마음깊이 다가온다.
신선암봉~조령산(1시간 31분)
진짜 위험한 구간은 인제부터란다.
지금부터가 위험한 구간이었다면 지금까진 무엇이었단 말인가.
바위위를 밧줄에 의지한 채 조령산으로 향한다.
엉터리의 이정표덕분에 약간 짜증이 난다.
신선암봉에서 조령산까지 40분이라는 이정표..
그런데 힘들게 바위를 타고 한참동안 하산한 지 수십분후 다시 나타난 이정표.. 조령산까지 30분이란다. 벌써 3~40분 이상 흐른듯 한데..
신선암봉에서 한참이나 내려온 듯하다.
다시 올라야 하는데 어디까지 갈건지..
끝점에 도착하여 다시오른다.
물론 밧줄에 의지한채..
발목에 감각이 없다. 그냥 절룩거리며 갈뿐이다.
어느시점인가 편안한 길들이 나타나고 이어 조령산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조령산..
하늘재를 출발한 지 11시간만에 도착한 조령산이다.
조령산~이화령(1시간 56분)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지도상으로 50분정도 소요된단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작전을 펼친다.
덕분에 약 1시간을 산속에서 대기하고 눈치만 살핀다.
선발대의 덕분에 우리는 눈을 피해 오늘의 종착지 이화령으로 도착한다.
소요시간 12시간 56분만에 오늘의 구간도 아무사고없이 무사히 마쳤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구간이었지만 그만큼 경관도 훌륭했고, 내가 몰랐던 문경새재를 둘러싸고 있는 산형세를 제대로 알수 있었어 좋았고, 더욱더 좋은 것은 이러한 위험구간을 아무사고 없이 전원이 마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하지만 만일 또다시 이구간을 종주할 기회를 맞는다면 난 이화령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갈거다.
왜냐하면 난 이남진구간을 생각하기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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