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9정맥(완료)/백두대간1차(북진_완료)

백두대간 21구간(저수령~시루봉~배재~도솔봉~죽령)

so so 2009. 3. 2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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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21구간

코스: 죽령~도솔봉~묘적봉~묘적령~뱀재~흑묵산~싸리재~배재~시루봉~투구봉~촛대봉~저수령(19.47Km, 알바 3.6Km 별도)

날자: 09/03/21~09/03/22

소요시간: 12시간 12분(알바 약 2시간 포함)

 03:05, 죽령 출발

 06:37, 도솔봉

 07:01, 묘적봉

 07:59, 묘적령

 07:59~10:09, 아침식사및 알바(식사 30분)

 11:32, 뱀재

 12:53, 흑목산

 13:23, 배재

 14:31, 시루봉

 14:39, 투구봉

 14:50, 촛대봉

 15:17, 저수령

 

친구들 저녁모임이 평촌에서 있다. 금정역에서 대간차량 출발시간이 밤 11시이기에 아예 집에서 짐을 꾸려 나선다. 오후 4시..

저녁부터 다음 날까지 비가 온단다.

한동안 일기예보를 믿지 않기에 맑은 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모임하는 도중에 비가 내린다.

꼭 1년전 부항령에서 우두령구간에서도 비가 내렸다.

그 당시, 아직 이른 봄에 내리는 비라 유난히 추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비를 핑계삼아 아침을 굶은 채 10시간에 가까운 산행을 하고 내내 축 쳐저 있었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날, 날씨가 그때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평촌을 출발하여 금정역에 도착하니 거의 밤 11시..

1달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하지만 찐 한 봄 비덕에 골수 대간꾼들을 제외하곤 자리가 많이 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대간길이 뭐길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친듯이 달려드는 지..

 

지난 번, 벌재에서 아픈 기억이 있기에, 유난히 출입제한구역이 조심스럽다.

이번엔 저수령에서 묘적령까지 출입금지구간이다.

결국 죽령에서 저수령으로 향하는 남진을 감행키로 했다.

출발부터 조짐이 좋질 않다.

죽령에서 가벼운 알바가 발생하더니 도솔봉을 오르기 전, 그리고 묘적령을 지나 대형 알바를 하고 만다.

21구간동안 이렇게 큰 알바를 한 적이 없는데.. 크게 한 건을 했다.

젖은 땅때문에 2보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고 진행에 유난히 힘이 든다.

그마저 대형 알바 한 건에,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죽령~도솔봉~묘적령

2시 반을 넘어 죽령에 도착한다.

밖에는 아직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오늘 대간길은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비소리를 들으며 산행준비를 마친다.

우의를 착용하면 열기가 빠지 질 않아 땀 범벅이 될 듯하여 짚티하나에 우의를 걸친다.

 

우연히 같은 행로를 타는 다른 팀을 만난다.

2년가까이 대간길을 하면서 한 번도 다른 팀과 움직인 적이 없다.

같은 일행이 있어 한결 위안이 된다.

 

초반길이 심상칠 않다.

입로가 불분명하여 가볍게 길을 잃었다.

다른 일행이 가는 길을 따라 길을 찾았다.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큼직하다. 지난 번 벌재에서 놀랬으일까? 약간 움찔해진다.

산행로가 흙길이다. 비를 머금어서인지 많이 미끄럽다. 나아가기가 쉽질 않다.

발이 흙속에 빠져 발을 빼기가 쉽지 않을 정도.

약간 평탄한 듯하더니 이내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간다.

출발전에 친구들이랑 술자리를 한 탓인지 유난히 숨이 가쁘다.

그래도 선두대장을 따라 선두그룹으로 나선다.

발걸음 옮기는 내내 짙은 안개덕에 앞이 분명하지 않다.

입에서 입김만 뿜어지고, 거친 숨소리가 여기저기 터진다.

나름대로 선두대장의 속도조절에 각 그룹들의 걸음은 이어진다.

우리를 앞서 출발한 다른 팀의 흔적이 보이 질 않는다.

우리보다 빨라야 몇 분 앞서 나섰을 텐데..

정말 무서운 선수들같다.

안하던 짓을 하면 탈이 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

꼭 내가 선두그룹에 나서면 알바를 한다.

아니나 다를 까..

삼형제봉을 못가 1286봉부근에서 두번째 알바를 한다.

갈림길에서 선두보다 쳐저있던 모 씨께서 무지 좋아한다. 얄밉다!! ^^;;

다시 발걸음을 돌려 능선을 타고 오른다.

자주 미끄런 탓에 허벅지가 얼얼하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삼형제봉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어둠은 걷히고.. 걷힌 어둠너머 희뿌엿게 조그마한 정상석이 드러난다.

 

도솔봉!!

거의 3시간 반을 걸어 도착한 곳..

이번 구간의 최고봉을 정복했으니 오늘 대간길도 끝인 듯...

 

다음 구간인 묘적봉을 향하는 걸음이 가볍다.

가볍게 묘적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온다.

흠뻑 젖은 검은 흙길탓에 바지와 신발이 장난이 아니다.

미끄러운 탓에 내의지와는 관계없이 쭉쭉 밀려난다..

 

묘적령!!

1차 목적지를 지난다.

단속구간을 지났다는 안도감에 약간의 긴장이 풀리고,, 바로 허기가 찾아온다.

빨리 아침을 먹고싶다는 생각뿐..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빗속을 걸으며 솔봉을 향한다.

 

묘적령~흑목산~싸리재~배재

묘적령을 지날 때까지는 다음에 찾아 올 시련을 우리는 몰랐다.

아니, 묘적령을 지나 아침을 먹고 난 후까지도 우리는 이어 질 시련을 몰랐다.

선두대장의 무전연락이 온다.

솔봉 가는 길에 아침 식사터를 잡았다는~

이 얼마나 반가운 소리더냐?

아침밥 소리에 지친 몸도 잊은 채 한 달음에 묘적령과 이어지는 언덕을 오른다.

언덕을 바로 지나니 저 너머에 선두가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밥 시간이다.

비록 산해진미는 아니더라도 내가 가장 맛있게 먹는 식사가 진수성찬이 아니더냐~

어제 모임때문에 이른 시간에 집을 출발한 덕에 식당에서 밥과 된장찌게, 그리고 간단한 찬거리로 도시락을 준비했다.

비록 마누라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이 아닐 지언정, 이 얼마나 반가운 도시락인가..

멤버들과 자리를 잡고 기쁜 맘으로 식사를 한다. 지금 이 순간은 내리는 비도 잊은 채...

꿀같은 도시락과 마무리 커피로 식사를 마친 우리..

기쁜 맘으로 솔봉을 향한다.

이름을 알수 없는 봉우리에 도착할 즈음, GPS가 삑삑거린다.

그때 나는 GPS를 확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설정해 둔 중간 지점으로 착각하고 그냥 진행한다.. 이 한순간의 실수가 커다란 고난을 가져올 줄은 그때는 나는 몰랐다.

내리막길인지라 같은 일행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길을 나간다.

한참을 나갔으일까?

저너머에 아스팔트 도로가 보인다.

내가 아는 길로는 중간지점에 아스팔트 도로가 없었다. 계속 산 능선을 따라 가는 길 뿐이었다.

그때, 울리는 GPS 신호..삑삑삑삑~~~

느낌이 좋질않다.

아니나 다를까..

저 앞서가던 선두그룹들이 올라가란다. 알바란다.

우리팀말고 두팀이 엉뚱한 길을 들어간 것이다.

이미 엉뚱한 코스로 벗어난 지 거의 한시간정도..

앞이 캄캄하다.

한참이나 내리막길을 내려왔는데...맥이 풀린다..다리가 풀린다..

갑자기 쳐진 어깨를 하고 왔던 길을 올라간다. 한참전 아침식사를 했던 곳을 지나야 한다..

모두가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진 얼굴이다..

헉헉거리며 1시간 여..

기대도 하지 않았던 2시간용 일반 산행을 한 셈...

묘적령을 지나 올랐던 첫 언덕지점에 도착하여 90도 틀어 솔봉으로 향한다...아까운 2시간..

언제 비가 그쳤는 지.. 비는 멈추었다..

가까스로 오른 솔봉을 지나 재를 향해 내렸다 다시 젖은 흙길을 오른다..

우리를 앞서 진행했던 부산 모산악회에서 준비한 흑목산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적으로 이동했더라면 벌써 저수령이 눈에 들어와야 할텐데..GPS는 단순한 악세사리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알바가 원망스럽고 일행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곧바로 하산..

싸리재의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싸리재~시루봉~투구봉~촛대봉~저수령

시간계획대로라면 이미 저수령에 도착할 시간, 싸리재를 출발하여 시루봉을 향한다.

대간길을 나서면 늘 느끼는 기분이지만 목적지 도착전 2시간정도가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

다왔다는 기대감에 금방이라도 도착할 것같은 목적지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 지..

분명 얼마남지 않은 거리에 왠 봉우리가 그렇게 많은 듯한 지..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남은 두시간..

이미 80%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남은 대여섯개의 봉우리가 왜 그리 부담스러운 지..

이름모를 봉우리를 두어개 지나서 겨우겨우 1083봉에 이른다.. 천근 만근.. 몸이 무겁다.

아직도 남은 3개의 봉우리..

하지만 지금까지 올랐던 봉우리에 비해 가벼운 봉우리란다..

1083봉을 지나 약간의 내리막과 오르막의 진행으로 시루봉을 만나고..

곹바로 투구봉과 이번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촛대봉에 이른다.

일기예보처럼 비개인 오후는 차갑다..

기온이 많이 떨어 진 듯하다.

오르내림이 없는 저수령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길에 저 너머 저수령 휴게소가 보인다..

오늘도 해냈다.

비록 중간 힘든 시간이 있었음에도.. 내가 가야 할 곳에 갔다는 성취감에 희열을 느낀다.

이제는 갈 길보다 남은 길이 점점 짧아지고..

바지와 신발은 젖은 흙으로 범벅이 되고, 온 몸은 비와 땀으로 젖었지만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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