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09년 4월 25일
구간: 23구간(고치령~미내치~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
날씨: 새벽에 눈발, 오후에 갬..
누구랑: 안양 마루금 산악회랑
종주거리: 25.85Km(실거리)
소요시간: 10시간 28분
02:58, 고치령
04:01, 미내치
05:26, 마구령
07:22, 갈곶산
07:41, 늦은목이
09:24, 선달산
11:12, 박달령
12:35, 옥돌봉
13:26, 도래기재
지난 주말, 거의 9개월만에 금북정맥을 다시 시작한데다 주초 급작스럽게 추워진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수욜부터 몸이 으쓸으쓸한게 급기야는 목욜 죽음직전(그렇다는 얘기죠^^)까지 갑니다.
'이번주말, 백두대간출발하는 날인데...'
걱정이 앞섭니다. 아니, 솔직히 무리인 듯 합니다.
눈치를 살피던 마눌은 기회다 싶은 듯합니다.
사실,, 처가에 일이 있거든요.
잽싸게 기차표를 알아봅니다.
그리곤 제게 일방통보합니다. 몸도 안좋은데 집에서 쉬랍니다. 대신 친정에 다녀오겠답니다. 허걱!!!
몸이 안좋아 대꾸할 기운도 없습니다.
하룻밤 크게 앓고 나니 약간 나은 듯 합니다.
이미 계획은 틀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자꾸 내일 출발하는 대간길이 눈에 아른 거립니다.
아무래도 머리를 써야 할 듯 합니다.
마눌 보는 앞에서 인터넷을 뒤집니다.
그리고 내 주 토욜 혼자 출발할 것처럼 계획은 잡습니다.
택시를 알아봅니다. 물론 민박도 알아봐야죠. ㅋㅋㅋ
기름값 9만원.. 거기다 민박까지 12만원,, 그것 뿐이랴,, 택시비까지 17마넌.. 자꾸 자꾸 불어나기만 합니다... 옅은 미소를 띄우며 옆에 있는 마눌 얼굴을 쳐다봅니다.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합니다...(큭큭큭.. 이정도면 성공입니다.)
드뎌, 토욜.. 새벽..
아니,,마눌.. 보부도 당당하게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섭니다..
어~~~~~~!!!! 이게 아닌데.. 이건 내 시나리오에는 없던 상황인데.. 상황에 반전이 일어난 듯합니다.
아~, 전 고개를 떨굽니다. 모든 걸 포기합니다.
그래도 굶어죽을까봐 이것저것 잔뜩 준비해 놓고 떠났네요..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조금은 살만 합니다.
저녁입니다.
아이들과 저녁먹는데 전화가 옵니다.
마눌입니다.
지금 올라온답니다.
대간 갈거면 가랍니다.
에헤야 디야~~~~~~~~~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굽니까.. 역시 저의 수가 마눌보다는 한수 윕니다.ㅋㅋㅋㅋ
이렇게 23구간의 역사는 이루어 집니다.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드는 구간입니다.
그렇게 전망이 뛰어나거나 굴곡이 심한 곳이 없어 그런가 봅니다.
고치령에서 늦은 목이까지는 정맥길로 착각 할 정돕니다.
대간길에서 생각지도 않은 트럭도 탑니다.
원래는 죽령에서 고치령까지가 제 코스랍니다.
지난 번 50마넌 딱지의 후휴증이 컸나봅니다.
무션 아저씨들을 피해서 한 구간 점핑(Jumping)하기로 했습니다.
점핑없이 정면돌파했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더이상 우리에게는 50마넌이 없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눈을 만납니다.
덕분에 예고에도 없었던 소백산 루미나리에 축제가 벌어집니다.
하이얀 눈꽃이 활짝핀 상고대들이 온 세상을 덮습니다.
지루한 구간, 생각지도 못한 눈꽃의 향연에 잠시 대간의 시름을 잠시 잊습니다.
천연 아이스바에.. 천연 진달래 아이스크림까지..
눈과 입이 즐거운 반나절이었습니다.
고치령~미내치~마구령
대간님들은 태운 버스는 마을 어귀(정확히 동네이름은 모릅네다..^^;;)에 닿은 듯합니다.
하늘엔 별이 보이질 않습니다. 많이 흐리다는 의미죠..
오늘은 대장님이 그동안의 함께한 대간길에 대한 팬서비스로 고치령까지 편하게 트럭으로 우리들은 모신답니다.
원래 걸어갈 경우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거든요..
하지만 트럭이면 단 5분..ㅋㅋㅋㅋ
결국 종주시간을 1시간을 단축한다는 뜻이겠죠...(어허~야 디야~) 이 힘든 종주에 1시간이면 어디랍니까...
회비에서 돈이 나가든,, 공짜든,, 난 몰라.. 그냥 재까지 걷지않음 되는 겨..^^
함께한 대간님들 모두 트럭 짐칸에 옹기종기 모여 시골길을 달려 재로 향합니다.
덜커덩 덜커덩.. 휘이청 휘이청..
트럭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휘청거립니다.(아저씨,, 쬐끔만 부드럽게..싸알 쌀.. 무서버요...)
그렇지 않아도 4월 말 답지않게 추운데..
근데 이게 먼일이댜~
먼가 찬기운이 얼굴에 닿습니다.
그것도 잠시,, 눈에 하얀 눈발이 날립니다.
웬 마른날에 날 벼락? 아니, 웬 4월에 눈 발?
이건 계획에도 없던 일이여~
지난 구간에선 비가 내려 엄청 추웠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웅성거립니다.
더울까 싶어 냉커피를 타오고, 물을 얼려 오고,, 장갑도 없이,, 그리고 반팔까졍...
전 여름엔 유난히 갈증을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물을 3리터나 준비했졍.. 그렇다고 돈주고 산 걸 버릴 순 없고.. 환장합니다...
올라갑니다.
대체로 평이한 듯합니다.
산 길이 착합니다. 잘 딱여진 산책로 같습니다.
비록 등산복에 배낭을 짊어지고 산길을 오르지만 잠시 산책을 하는 듯 합니다.
오늘따라 대장님이 배려를 많이 하나 봅니다.
속도가 평소보다 1/3정도 약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좋아합니다.
대장님의 이러한 배려..
이유가 있지요..
무전기가 없거든요..ㅋㅋ
무전기가 없으니 후미와 교신이 안될테고.. 그럼 후미와 속도조절이 불가 아니겠어요.^^
"대장님~~~~~~~~
가끔씩 무전기 두고 오세요...^^ 모두가 좋아하잖아요...^^"
가벼운 봉우리를 하나 넘고 어느새 미내치에 도착..
이젠 가는 산길에 눈들이 제법 쌓였습니다.
제법 오르막을 만납니다..
머리에서 땀이 삐질 삐질..
발동이 걸리는 거겠죠..
정상에 오릅니다.
헬기장입니다.
저 아래에 고개가 있을겁니다.
마구령이겠죠.. 어두워 보이진 않습니다.
한참이나 내려왔나봅니다.
어둠도 걷히기 시작하구요.. 물론 배도 고프구요..
간식이 생각날 무렵.. 도착한 곳,, 이곳이 마구령입니다.
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
주변이 완전히 걷혔습니다. 내리던 눈도 그쳤습니다.
고치령에서 마구령구간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대로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제법 대간답습니다.
여기저기에 진달래가 피어있습니다.
우리동네에선 이미 진달래가 다졌습니다.
여긴 아직 초봄인 듯 합니다.
한참이나 올랐나 봅니다.
모두들 깜짝 놀랍니다.
나뭇가지에 겨울꽃이 피었습니다.
온 나뭇가지들이 하얀 눈 꽃으로 덮여있습니다.
지난 겨울산행에서도 이런 꽃은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들 횡재를 한 냥 즐거워 합니다. 저도 마냥 놀라고 좋은 뿐입니다.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아마 이런 눈 꽃을 본적이 있는 지 기억을 못합니다.
헬기장을 지나고 갈곶산을 지나는 동안 모두가 눈꽃에 빠져있습니다.
마구령에서 늦은목이가 5킬로를 넘습니다.
물론 힘든 구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꽃덕에 쉽게 지나친 듯 합니다.
늦은목이를 지날 즈음 배꼽시계가 요동을 칩니다.
주변에 좋은 자리를 찾아 나섭니다.
근데 좋은 자리가 위에 있나봅니다.
자꾸 자꾸 위로 올라갑니다.
이러다 선달산까지 가는 건 아닌 지..
적당한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두팀으로 나뉘어 늦은 아침을 먹습니다.
때아닌 눈때문에.. 그리고 추위때문에 모두가 오들오들 떨며 식사를 합니다.
그래도 힘든 산행중 먹는 식사때문인지 꿀 맛입니다.
대간님 한 분이 준비한 고사리 나물이 유난히 맛있습니다.
식사후 몸은 풀리지않고 떨리기만 합니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그립습니다.
모두들 추워서인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섭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식사를 마친 뒤인지라 급하게 나 있는 선달산을 향하는 길은 유난히 벅찹니다.
뱃속에서 난리부르스입니다.
숨이 찹니다.
할수없이 후미로 빠집니다.
쉬엄쉬엄,, 겨우 겨우 선달산에 오릅니다.
이미 다녀오신 분께서 그랬습니다.
선달산에서 운해를 봐야한다고..
주변에 안개뿐입니다.
내린 눈때문에 주변이 뿌옇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려있구요.
하지만 운해대신 갓 만들어진 상고대가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습니다.
꿩대신 닭이 아니라, 닭대신 꿩 기분입니다..
선달산에서 부근에서 만난 진달래 아이스크림.. 진달래 향기가 입안에 가득합니다. 오늘 대간님들은 복받으신 분들입니다.
역시 지난번 저수령에서 지낸 산신제가 제대로 올려졌나 봅니다. 이런 복도 다주시고..^^
선달산에서 박달령까지는 착한 대간길입니다.
쉬엄쉬엄 내려온 길.. 어느새 박달령입니다.
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
선두는 우리들을 버리고 이미 저만치 갑니다.
미련도 없습니다.
붙잡지도 않습니다. 가세요..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우리도 우리길을 가면 그만입니다..
사진도 찍을 만큼 찍고,, 쉴만큼 쉬고,, 먹을 만큼 먹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제 남은 거리 5킬로 남짓..
그리고 옥돌봉 하나만 넘으면 오늘 종주도 끝납니다.
저기 이정표에 옥돌봉까지 1시간 20분..
이미 8시간을 왔는데, 까짓거 남은 2시간정도는 기어가도 갑니다.
그나마 길이 좋습니다. 제게는 딱입니다.
직선길이 아니라 고개를 돌아가는 형태로 된 능선입니다.
능선을 따라 열심히 오릅니다.
모두들 많이 지친 흔적이 보입니다.
어느새 하늘에서 햇살이 비쳐지고 있습니다.
'후두둑' 나뭇가지에서 얼어붙은 상고대가 우박처럼 떨어집니다.
생각보다 아픕니다.
갑자기 저멀리서 야호를 외칩니다.
당황스럽습니다.
우리 대간님들.. 모를리 없을텐데..
함께한 대간님이 씩씩거리며 한마디 해주려 급히 오릅니다.
그렇죠.. 우리 마루금은 그럴리 없죠.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산행 한팀이 왔습니다.
식사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래도 지킬 건 지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오늘 일정이 끝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내려오다 만난 진달래 동산, 그곳의 터널을 지나고 이내 500년 묵은 진달래를 보았습니다. 아담합니다.
저아래 도로가 보입니다.
오늘의 목적지, 도래기재입니다.
이미 도착한 선두팀이 약간은 지친 표정으로 쉬고 있습니다.
이내 후미인 우리들도 합류하여 오늘의 대간길을 마무리 합니다.
역시 오늘도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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