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09년 5월 23일~24일
구간: 죽령~제2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마당치~고치령(24.39Km)
날씨: 오전내내 안개비속, 국망봉 지나 햇빛보이기 시작 시야 거의 제로상태
아침에 약간 쌀쌀(손끝이 시릴정도), 시원함이 느껴질정도로 바람 많음.
누구랑: 안양 마루금산악회랑..
소요시간: 9시간 40분(중간기준, 점심시간 45분및 기타 휴식시간 포함)
02:51, 죽령
04:39, 천문대
04:48, 제2연화봉
05:30, 제1연화봉
06:39, 비로봉
08:40, 국망봉
09:28, 늦은맥이재
11:30, 마당치,
12:31, 고치령
지난 사월, 입산금지로 어쩔 수 없이 건너 뛴 점핑구간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이 없질 않았습니다.
숙제하는 맘으로 기쁘게 다시 찾은 죽령..
이미 다른 지역에는 다 져버린 철쭉들이 이곳 소백산에는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기쁨입니다.
하지만 소백산의 이 멋진 절경을 하늘이 도와주질 않나 봅니다.
지난 번 시산제때 정성을 나름대로 다했는데, 약간 부족했나 봅니다.
내내 안개비속을 걸었습니다.
연화봉을 지날 때도, 비로봉을 지날 때도,, 그리고 국망봉을 지날 때도 하늘은 우리에게 밝은 햇살을 보내주질 않습니다.
뿌연 운무속에서 수줍게 움추리고 있는 철쭉꽃 망울이 붉은 홍조를 띤 새색시 같습니다.
능선이라기 보다는 넓은 평원을 보는 듯 합니다.
철쭉 군락주변에는 넓은 초원이 넓게 깔린 안개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흐린 능선이지만 연록색의 평원이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대체로 착한 구간입니다.
물론 막바지에 힘에 부친 구간은 있었지요. 그래도 명색이 대간길인데..
대간길의 마지막은 늘 우리의 인내를 확인하지요.
고치령을 앞둔 약 4킬로..
가벼운 짜증을 유발하는 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온듯 하면서도 또 남은 봉우리와 언덕들..
물론 약 5킬로의 시멘트 오르막길도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어둡고 바람이 부는 흐린 날씨덕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햇살이 따가운 날이라면 이 구간도 쉽지는 않을 거라 여겨집니다.
대간길도 이제는 완연한 봄입니다.
부는 바람도 편안하고, 젖은 잎새들도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다음구간부터는 강원도구간입니다.
태백산을 지나고 함백산, 선자령, 그리고 설악산을 지나면 진부령이 나타나겠구요. 그럼 길었던 대간길도 끝나겠지요.
이제는 중간점을 지나 막바지로 향하는 느낌입니다.
죽령~천문대~제1연화봉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22구간을 나섭니다.
지난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내내 흐리고 비내립니다.
지난 3월 저수령~죽령구간, 그리고 고치령~도래기재 구간에서 하늘은 우리를 도와주질 않았습니다.
비와 눈이 산행내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도착한 죽령은 짙은 안개로 덮여 있습니다. 쌀쌀한 느낌도 없질 않습니다.
주변에는 우리팀말고도 여러 팀이 함께하나 봅니다.
이미 작년 겨울, 가족들이랑 죽령에서 비로봉까지 산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한 겨울이었지만 모든 것이 우리편이었습니다.
날씨, 그리고 하늘, 심지어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칼바람도 잔잔했습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시멘트길을 따라 오릅니다. 천문대까지 계속 시멘트 길입니다. 별로 유쾌한 길은 아닙니다.
산길은 산길 다워야 하는데..
전에 오를 때는 느끼질 못했는데, 많이 가파른 듯합니다.
가끔씩 빗방울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오르는 내내 모두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할머니 한 분이 이 새벽에 산길을 오르나 봅니다. 아니네요. 저 앞에 할아버지께서 가십니다.
좀 같이 가시지..^^ 용감하시고 대단하신 두 분이십니다.
죽령을 출발한 지 1시간 10여분을 지날 즈음, 시멘트길은 끝나고 넓은 흙길이 나타납니다.
발바닥에 다가오는 느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역시 산길은 산길다워야 한다는 걸 다시한번 느낍니다.
안개덕에 시야가 많이 좁습니다.
주변이 거의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천문대라는 표지석으로 여기가 천문대임을 압니다.
천문대를 지나 바로 제2연화봉이 나타납니다.
주차장에 차들이 많이 보였는데 저희 말고는 아무도 보이질 않습니다.
벌써 저희와 거리를 상당히 두고 있나 봅니다.
안개덕에 제2연화봉 표지석이 제대로 보이질 않습니다.
제2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
넓은 산 길, 아니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걸어 온 탓인지 제2연화봉을 지나서 만나는 산길이 약간 어색합니다. 제대로 된 산길인데..
가끔씩 뿌리는 안개비때문일까? 길이 많이 젖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 미끄럽습니다.
철벅거리며 계속 길을 이어갑니다.
군데 군데 철쭉들이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이름모를 들꽃들이 많이 보입니다.
언제 부터인지 들꽃이 많이 편안합니다.(가능하면 꽃이름을 많이 알아야 하는데..)
이내 숲을 벗어나고, 탁트인 구릉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운무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며 제2연화봉과 천문대의 경치가 제대로 였는데,,
서서히 어둠은 거의 걷힌 듯합니다.
계단을 한참 오르고 언덕을 지나 제1연화봉을 만납니다.
제1연화봉을 조금 지나 돌아가면 저멀리 비로봉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역시 운무덕택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주변에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철쭉꽃들이 이슬을 머금은 채 우리를 맞이합니다.
맑은 날씨에 제대로 분홍빛깔을 감상하면 좋을텐데.. 하지만 운무속의 철쭉꽃도 제 맘을 들뜨게 하는데 모자라지 않습니다.
비로봉을 1킬로정도 앞두고 넓은 평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왼편으로 대피소가 있었지요. 이 넓은 평원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길만따라서 조금 오르니 희미하게 돌무덤이 보이고 표지석이 비로봉임을 알려주며 저희를 반깁니다.
소백산군의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랐으니 오늘 종주도 다 끝난 듯 합니다.
행복할 뿐입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소백산의 칼바람(?)에 더욱 행복감을 더합니다.
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
비로봉을 내려와 넓은 평원처럼 이루어진 능선길에 발길을 옮깁니다.
온 세상이 분홍 철쭉으로 덮여있습니다.
이미 터뜨린 꽃망울과 곧 터뜨리려 수줍게 두손을 모으고 망울을 준비한 철쭉들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저희들을 반깁니다.
그 아래에 이름모를 들꽃들이 노랗고, 붉고, 하얗게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은 천상의 화원입니다.
이곳 저곳에 다른 팀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덩달아 저희들도 허기가 집니다.
벌써 아침식사시간입니다.
마땅한 장소를 찾지만 34명의 대군사가 식사를 함께 할 장소를 찾기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자꾸 발길을 옮깁니다. 이러다 국망봉까지 가는 건 아닌지..
선두팀에서 넓은 공간을 찾았다는 연락을 보내옵니다. 오늘은 그다지 허기는 지지 않습니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나봅니다.
젖은 풀밭위에 깔판을 깔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행복한 아침을 즐깁니다.
어느 산행에서 뜯어 온 산나물, 그리고 따로 준비한 더덕, 부침등등,, 행복한 아침입니다.
아침식사후 준비한 커피와 참외, 그리고 토마토등으로 후식까지 한 저희들은 어느 최고급 호텔 음식도 부럽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최고의 음식이 최고의 식사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평지를 지나 가벼운 언덕을 오르니 저멀리 국망봉이 보입니다.
시간은 이미 8시를 넘겼지만 안개만이 저희를 반깁니다.
다행스럽게 국망봉을 둘러싸고 꽃망울을 머금은 철쭉들이 분홍색 옷을 입고 저희를 반깁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국망봉을 벗어나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산길주변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한창입니다. 즐거움 입니다.
50여분을 내려왔을까? 늦은맥이재의 표지판이 보입니다.
주변에 한 산객이 산나물채취에 여념이 없습니다.
늦은맥이재~마당치~고치령
선두팀이 시간단축에 의욕을 보여서일까?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갑니다.
아.. 내리막길의 뜀박질은 저에게는 독약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릎에 가능하면 무리를 주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또다시 무릎에 무리가 되면 산행이 힘들어 집니다.
뜀박질을 한 지 이십여분,,
역시 무릎에서 신호가 옵니다.
길도 많이 젖어있기에 유난히 미끄럽습니다.
시큰거리는 무릎과 젖어 있는 산길덕택에 속도가 더뎌집니다.
선두팀과 거리를 두기로 합니다.
이런때는 제 스타일대로 가는게 최곱니다.
잠시나마 혼자서 산행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한참을 내려온 듯합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약 3킬로..
모든것이 거의 마무리 싯점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대간코스,, 그냥 산행이 아니라 백두대간 종주입니다.
하늘은 저희를 쉽게 끝내기를 내버려두질 않습니다.
저멀리 터억 버티고 있는 1100여 미터의 봉우리가 보입니다. 100M를 오르는 가벼운 봉우리지만 이미 아픈 무릎에 지친 몸이라 마지막 힘을 냅니다.
머리에 온갖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리곤 다시 다가오는 평짓길.. 그리고 바로 또다른 내리막길에서 내 시야에는 저아래 고치령을 잇는 고갯길을 담습니다.
이미 하늘은 안개를 걷어가고 짙은 햇살을 사정없이 뿌립니다.
많은 다른 팀들이 이미 고치령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행부의 사랑어린 보살핌(? ^^)에 불법(?)트럭에 몸을 맡깁니다.
맑게 흐르는 계곡물길을 따라 트럭에 몸을 맡긴지 5분여,, 우리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얼음같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채 오늘 하루의 종주도 함께 마감을 합니다.
죽령에 도착하여 출발에 앞서 몸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관절과 근육을 충분히 풀어줘야 조그만 사고도 예방할 수 있겠지요.
운무때문에 죽령 표지석이 희미하게 드러납니다.
천문대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표지석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지나쳤겠지요
어둠속에 있는 제2연화봉입니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습니다.
젖은 길을 걸어 비로봉에 도착합니다.
평지에 가까운 능선을 지나 국망봉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고치령을 밟습니다. 한달만에 다시 밟는 고치령입니다.
지난 달, 희미하게 드러났던 장승들이 선명하게 서 있습니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도중 계단길에서 철쭉을 배경으로,,
비를 머금은 철쭉입니다.
철쭉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움추려 든 모습입니다.
한쪽켠에 산죽군락이 제색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철쭉꽃 터널입니다. 흐린 날씨가 조금은 원망스럽습니다.
태어나 난생 첨 본 할미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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