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9정맥(완료)/백두대간1차(북진_완료)

삽당령~대관령(29구간, 11/22)

so so 2009. 11. 23. 22:52

 백두대간 29구간

 

언제: 09년 11월 22일

 

누구랑: 맘맞는 산친구들이랑..(타산악회에 묻어서)

 

구간: 삽당령~석두봉~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26.67Km)

 

소요시간: 후미기준 12시간 4분

 03:42, 삽당령

 04:13, 임도

 05:59, 석두봉

 08:19, 화란봉

 09:04, 닭목재

 10:57, 왕산골 제1쉼터

 11:40, 왕산골 제2쉼터

 12:13, 고루포기산

 14:57, 능경봉

 15:46, 대관령

 

어느덧 겨울의 자락에 들어선 듯 하다.

이제는 끝점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끝점에 다다르서일까? 아님 추위가 싫어서 일까..

자꾸 꾀가 생긴다.

아마 전날 산행을 겸한 여행의 후휴증이리라.

능선을 따라 걸으면 저멀리 푸른 동해가 우리를 반긴다.

반기다 못해 나와 함께 대간길을 넘고있다.

 

11월 중순임에도 발목까지 빠지는 눈 길.

하지만 짙은 산바람을 느낄 수 없기에 내겐 포근하게 느껴진다.

뽀드득 거리는 소리가 좋고

아직은 가을바람이기에 좋다.

 

누가 봐주지도 않는데 저멀리 풍력발전기는 쉼없이 천천히 돌아간다.

내달에 내가 밟아야 할 대간길..

 

낯설지만 낯설지 않아서 좋다.

산사람들은 산자체가 좋다.

비록 처음 만나고 처음 인사를 나누어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지내는 오랜 지기처럼 느껴진다.

서스럼없이 산이 좋다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편해서 좋다.

 

 

 

 

 

 

 

삽당령~석두봉~화란봉~닭목재(13.3Km)

제주에서 돌아오자마자 배낭을 꾸린다.

전날, 한라산 산행과 제주출발전 올레길 여행으로 피곤함이 느껴지지만 한달 한번의 행사를 놓칠 수 없다.

이번엔 안양의 모산악회와 합동 산행이란다.

전혀 모르는 낯선 이들과 산행이 불편하지는 않을 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어차피 목적은 동일하니 별일을 없으리라 믿는다.

저녁 11시 반, 코알라님의 차량으로 평택을 출발, 양지에서 본진과 합류, 그리고 눈에 익은 삽당령에 도착한다.

한동안 기온이 떨어져 단단히 무장은 하였지만, 차에서 내려 느끼는 새벽 바람이 그다지 차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알아서 간단히 몸을 풀고, 대간길에 몸을 옮긴다.

약간의 경사로로 시작하는 대간길이지만 완만한 덕에 힘들다는 느낌은 없다.

경사능선에 잠시 몸을 맡기면 이내 평지가 나타나는 길.. 이러한 길이 꾸준이 이어진다.

길이 착해서일까?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빠르다.

 

 

대간길에 접어든지 삼십여분만에 임도가 나타나고, 이어서 곧장 임도를 벗어난다.

그리고 꾸준히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른지 1시간 40여분,, 어둠속에 석두봉이 나타난다. 시간당 3Km의 속도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잡목숲을 지날 즈음..

어렴풋이 어둠이 걷혀지기 시작한다.

일출에 욕심을 낼만도 하지만 빠른 진행을 위해 그대로 대간길을 이어간다.

화란봉으로 옮겨가는 중에 저만치에서 햇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겨울에 느끼는 햇살이라 그런지 유난히 친근함이 가고 포근함 마저 느껴진다.

 저 만치 먼저간 일행들이 화란봉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특징이나 경치가 좋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완만하게 뭉퉁거려 있는 모습이 유선처럼 느껴진다.

초라하게 엮여있는 작은 표지판만이 화란봉임을 말해준다.

 

 저 멀리 드러나있는 풍력계가 다음 우리가 진행할 대관령 구간임을 말해주기에 유난히 가까이 느껴진다.

이제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중간지점인 닭목령이다.

오늘따라 아침식사가 유난히 늦어진다.

평소같으면 7~8시사이에 아침식사를 하련만 진행팀에서 나름대로 편의를 고려하여 닭목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단다.

암튼 도시락등 무거운 짐을 덜어 좋지만 그래도 배꼽시계는 불만이 많다.

 보기엔 거리가 얼마되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화란봉을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에 닭목령에 도착한다.

 

 

닭목재~고루포기(6.01 Km)

 벌써 먼저 도착한 팀들이 식사를 마쳤거나 진행중이다.

준비한 부대찌개를 꺼내 끓인다.

과메기가 보인다. 비릿한 맛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늘따라 배추쌈위에 과메기 한 점, 그리고 길게 썬 쪽파, 그리고 미나리, 마늘이 된장과 초장에 범벅이 되어 내 입속으로 들어오면 입속에 바다 내음이 가득 느껴져 너무 좋다.

부대찌개, 과메기, 그리고 꽁치찌개로 거나한 아침식사를 마친다.

서서히 꾀가 오르고 움직이기 싫다.

어제 제주도를 다녀온 탓일까?

유난히 피곤하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 마치지 못하면 다시 숙제하러 와야한다.

주섬 주섬 배낭을 다시 꾸리고, 고루포기로 오른다.

 화재가 났어일까? 아님 개발을 하느라 벌목을 했으일까?

잡풀같은 잡목만 가득하다.

앞이 훤한 탓에 길게 이어진 계단이 걸음을 지치게 한다.

눈내린 탓에 하얗게 드러난 산로가 조금은 애처로워 보인다.

닭목령까지의 구간과는 느낌이 다르다.

경사로가 많이 급함을 느낀다.

 

 

 급한 경사로를 따라 닭목령을 출발한 지 1시간 10여분에 왕산 1쉼터에 도착한다.

군데 군데 알루미늄 벤치와 나무벤치가 놓여있어 쉬엄 쉬엄 가기가 좋다.

하지만 길게 이어지는 급경사와 방금먹은 아침덕택에 속이 유난히 좋지않다.

 그리고 40여분후 제 2쉼터에 도착한다.

조금만 오르면 오늘 최고봉인 고루포기에 도착한다.

 철탑을 지나 눈에 익은 곳이 나타난다.

재작년이었던가?

능경봉을 해서 고루포기에 오른 적이 있다.

볼품은 없지만 심설산행 적합지라 해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라 한다.

그때 대관령을 타고 불어오는 눈보라에 눈을 제대로 떨 수 없었고 안면이 얼어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물론 그때만큼의 눈은 쌓여있지만 바람한 점 없고 하늘은 맑다.

오르는 시기에 따라 만족도가 이렇게 차이가 날 줄 이야..

 

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7.63 Km)

예전의 산행 경험을 되살려, 고루포기에 올랐으니 이제 오늘 산행은 끝난 것이나 진배없다.

왜냐하면 전에 고루포기에 오를 때, 능경봉에서 고루포기는 눈보라에 힘들었지, 산세는 그다지 험하지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다는 기억이다.

즐거운 맘으로 조금 떨어진 전망대로 이동한다.

역시, 심설산행지 답게 눈이 장난이 아니다.

아직 11월, 늦가을임에도 이곳 능선에는 발목을 덟을 눈들이 깔려있다.

우리가 진행할 대관령 언덕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근데 고루포기를 출발한 지 한참을 지난 듯한데도 능경봉은 보이질 않는다.

그냥 앞에는 꽉 막힌 길게 이어진 봉우리가 보일 뿐..

10시간 가까이 산행한 후라 그런지 능경봉까지의 거리가 한참 되는 듯 하다.

게다가 내린 눈 탓에 길이 미끄러워 진행속도가 유난히 느리다.

온 몸이 기진맥진이다.

하지만 이렇게 걷다보면 능경봉은 내앞에 나타 나겠지..

능경봉이다.

 바다다..

강릉 동해바다다.

강릉 시내가 훤하게 전망을 드러낸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온 세상을 푸르게 만들고 내 기분마져 푸르러지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힘든 산행이 한 순간에 걷혀져 간다.

역시 산행의 묘미는 이런 맛이리라..

이제 마지막 봉우리도 끝났으니 하산할 일만 남았다.

하산도중 산림청 관리인에게 경고성 훈시를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오늘의 날머리 대관령이 내앞에 드러나 있기에..

대관령날머리에 도착하니 역시 대관령답게 똥바람이 장난아니게 분다.

오늘따라 버스도 유난히 멀리 있어 보인다.

 돌아오는 길,

횡계에 들러 황태구이 정식과 황태국으로 점심겸 저녁을 하고.. 속도 푼다.

역시 오늘도 해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