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10년 1월 24일
구간: 진고개~동대산~차돌백이~두로봉~신배령~만월봉~응복산~약수산~구룡령(22.64 Km)
날씨: 약간 흐리다 갬, 종주 내내 칼바람.
소요시간: 12시간 33분(후미기준, 식사, 휴식 시간 포함)
02:45, 진고개 출발
03:38, 동대산
04:44, 차돌백이
07:51, 두로봉
09:12, 신배령
10:39, 만월봉
11:39, 응복산
14:42, 약수산
15:18, 구룡령
12시간여의 종주산행은 말 그대로 바람과의 전쟁, 눈과의 전쟁입니다.
지금까지 31번의 대간 종주..
하지만 그동안 종주를 하면서 이번과 같은 악조건은 접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그동안 우리의 정성이 부족했나하는 의구심마저 들게하는 산행입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만 하더라도 오늘의 시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한겨울의 대명사로 불리던 대관령을 통과하였기에 우리는 모든 바람과 추위를 끝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진고개를 출발하여 구룡령을 도착하는 내내 쉬지않고 불어오는 뼈속까지 느껴지게 하는 칼바람...
길도 없는 산마루에 무릎까지 빠져드는 눈 밭...
남진하는 대간팀을 만나기 전까지 인적조차 없어 눈 밭에 길을 헤메는 러셀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악조건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어제 종주를 하기전까지 먼저 지나간 팀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팀은 눈때문에 17시간을,,
어떤 팀은 결국 두로봉을 지나면서 러셀을 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소식들..
하지만 그런 소식후 몇 일을 지난 상황이기에 상황이 많이 나아졌으리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은 가능하다면, 중도에 포기하고 마을로 내려가고 싶은 맘이 몇 번이고 되뇌어 졌습니다.
산행도중 이정표에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다는 표시에 얼마나 맘이 흔들렸는 지 모릅니다.
함께한 분들중 어느 분들은 장갑을 끼고도 손가락에 동상이 걸리고, 또 어떤 분들은 안면 마스크를 하고도 얼굴에 가벼운 동상이 듭니다. 물론 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올 겨울에 느낄 수 있는 눈과 바람 모두를 이번 구간에서 다 경험한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구간의 종주 성공은 더욱 값지고 보람찬 산행이 아니었나 나름대로 자찬하여 봅니다.
원래 이 구간은 대간구간중 풍광이 뛰어 난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능선을 걷는 내내 푸른 소나무와 들 꽃, 그리고 동해를 절경으로 즐거운 산행코스로 명명되는 곳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저희에게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구간일 뿐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시야에 들어오는 상고대는 쉽지않은 산행길을 잠시나마 잊게해 주는 기쁨입니다.
힘들어도 다음 구간이 기다려지는 대간길입니다.
진고개~동대산(53분)
안양에서 출발한 대간팀들과 양지에서 합류하여 진고개에 도착합니다.
영동고속도로에 인접한 탓에 안양에서 11시에 출발하여 세시간 남짓하니 진고개입니다.
지난 달, 진고개에서 대관령을 위해 들른 곳이라 낯설지는 않습니다.
지난 달, 이곳에 도착했을 때 바로 느껴지는 한기가 이번에는 덜 한듯 하여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착오는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강릉방향 길 건너로 나 있는 산행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산행로를 살피러 간 선두팀이 돌아와 모두에게 아이젠을 신고 출발할 것을 권해 출발부터 아이젠과 함께 합니다.
대간하면서 출발부터 아이젠을 신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입니다.
눈을 밟고 언덕을 치고 오르는 길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길을 건너 대간 길에 몸을 맡깁니다.
잠시 완만한 듯 하더니 이내 급경사입니다.
오르는 길 내내 눈덮인 산행로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다녀간 탓에 오르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급경사로 숨을 몰아쉬며 오른 지 50여분 동대산 갈림길입니다.
그런데 심상치가 않습니다.
얼굴에 부딛히며 살속으로 파고드는 칼바람에 모두들 몸을 낮춥니다.
보기드물게 강하면서도 따가운 칼바람입니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많이 쌓인 눈때문에 고생을 했다는 얘긴 들었지만 칼바람얘기는 없었기에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25도 정도 될 듯합니다.
몸을 추스리고, 스카프를 이중으로 안면을 감싼뒤 우측으로 정상을 향합니다.
곧바로 동대산 정상을 나타내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하얀 흰 눈으로 덮여있는 조그만 언덕위에 동대산 정상석이 불빛에 희미하게 드러납니다.
동대산~두로봉(4시간 13분)
동대산 이정표를 뒤로하고 길을 이어갑니다.
길은 평탄하지만 끝없이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을 가누기가 어렵습니다.
다행히 많은 이들이 이곳을 다녀간 탓인지 길은 선명하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평탄한 길에 이어 내리막길..
그리고 약간을 치고 오르는 길..
커다란 바위가 눈앞에 떠억~ 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차돌배기라는 이정표가 눈에 띕니다.
진고개를 출발하여 2시간 여,
하지만 칼바람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해 제대로 쉬질 못했습니다.
잠시 쉴 생각으로 바위 뒷쪽으로 몸을 숨겨 바람을 피합니다.
차가운 날씨이지만 바람만 피해도 견딜만 합니다.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한 뒤, 다시 출발..
신선목이를 지나고..
동대산을 출발한 지 4시간 여를 지난 뒤, 두로봉 초소가 나타납니다.
추운탓에 모두들 초소안으로 들어가고..
계획으로는 이곳에서 해돋이을 볼 생각이었습니다만 계획보다 30여분 일찍 도착하여 해돋이를 볼 것인지 그냥 출발할 것인지 고민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칼바람탓에 모두가 심하게 떨어 초소에서 발을 떼지를 못합니다.
고민끝에 여기서 해돋이를 보기로 하고 그 동안 아침식사를 하는 걸로 해서 시간을 절약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해돋이는 한 두사람만의 행사이지 대부분의 대간님들은 해돋이에 관심이 없고 아침식사하며 몸을 녹이기에 바쁩니다.
식사가 끝나자 이어 다른 팀들이 얼굴을 드러댑니다.
결국, 우리는 초소를 비워주고 대간길을 이어가고자 길을 나섭니다.
두로봉~신배령~만월봉(2시간 48분)
초소를 나와 대간길을 이어갑니다.
그러고 보니 초소 뒷편에 헬기장인듯한 넓은 광장이 나타납니다. 눈때문에 헬기장인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느낌으로 헬기장 인듯 합니다.
그리고 두로봉 정상석이 서 있습니다.
두로봉~신배령~만월봉(2시간 48분)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 신배령을 지나 만월봉을 지나야 하건만, 출입금지 말뚝만 보이고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말뚝 뒷편으로 인적이 없었는지, 눈이 가득 쌓였을 뿐, 아무런 발자국이나 사람이 다녀 간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참이나 두로봉 주변을 맴돌다 말뚝 뒷편 나뭇가지에 바람에 흩날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정표를 따라 첫걸음을 내 딛어건만.. 푹 빠집니다.
눈이 무릎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아마도 러셀을 해야 할 듯 합니다.
아무튼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지만 더 이상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능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딛는 걸음은 눈을 헤치며 나아가야 하기에 속도가 영 더뎌집니다.
거기다 출발부터 내리 때리던 칼바람은 여전히 맹위를 떨어뜨리지 않고..
앞선 선두대장을 따라 걸음을 옮기지만 이게 길인지 아닌 지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
단지, 나의 GPS는 우리의 행로가 제대로임을 알려주기에 계속 걸음을 옮김니다.
저기 남진하는 대간팀을 만나게 됩니다.
거의 모습이 초주검 상태입니다.
추위때문에 무척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구룡령에서 출발한 지 7시간째랍니다.
모두들 믿기지 않는 표정들입니다.
사실이라면 오늘 산행은 12시간을 훌쩍 넘겨야 합니다.
하기사 지난 대간팀들이 17시간정도 소요되었다는 데..
칼바람을 몸으로 견뎌내며 그대로 진행을 합니다.
신배령이란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쉬고 싶지만 바람때문에, 추위때문에 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계속 진행입니다.
안면을 가리는 스카프가 거추장스러워 벗었다가 안면이 얼어 다시 쓰고..
아무래도 안면에 가벼운 동상이 걸린 듯..
출발한 지 두시간 40여분,
만월봉입니다.
이름 그대로 고군분투입니다.
만월봉~응복산~약수산~구룡령(4시간 39분)
이제 남은 구룡령까지 약 4시간 반이 남았습니다.
무릎이상까지 빠져드는 눈때문에 체력은 바닥날때로 나고,,
그냥 걸음을 옮깁니다.
이제는 눈밭도, 칼바람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힘이 들면, 그냥 눈밭에 털썩...
응복산을 지나고..
약수산을 향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진고개~구룡령구간중 가장 힘들다는 응복산에서 약수산 길이 눈때문에 더더욱 힘듭니다.
가파르게 오르내림이 큰 구간인지라 눈밭에 칼바람에..
최악의 조건이 구성됩니다.
응복산을 지난 지, 3시간 여만에 보일 듯 보일 듯하면서도 쉽게 드러내지 않던 약수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려운 구간은 다 지난 듯 하지만, 솔직히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고, 빨리 하산하고 싶은 마음 뿐..
차량 소리가 들리더니, 구룡령 휴게소가 보입니다.
평소 9~10시간이면 종주가 가능한 곳이 오늘은 12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거의 1미터 이상 쌓인 눈, 그리고 맞바람..
31구간까지 오면서 오늘처럼 칼바람을 안고 대간길을 한 적은 없는 듯 합니다.
어떤 분은 장갑을 끼고도 동상이 걸리고,
저 역시 안면에 가벼운 동상..
모두들, 넘어지고,,쌓인 눈 때문에 낮아 보이는 나뭇가지에 안면터지고..
최악의 구간인 듯,,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우리 대간팀의 기세를 꺾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대간길은 쉬지않고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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