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트레킹/별을 걷다!

성삼재~만복대~정령치~수정봉~여원치

so so 2007. 11. 6. 23:06

1구간을 하면서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어두운 산길을 혼자서 걷는다는게, 그것도 산짐승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하여 마침 2구간계획중인 산악회를 찾아 합류하게 되었다.

안양에서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2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성삼재에 도착한다.

지난 1구간때 낮에 하산하던 때와는 달리, 한산하고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누룽지를 삶아먹고 선두를 따라 만복대를 향한다.

난생처음 단체산행이라 그런지 조금은 어색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와 밤을 함께 한다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약간의 위안조차 느껴진다.

도중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생각지도, 경험하지도 못했던 이슬을 가득 머금고 있는 풀과 나무가지들이 우리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두어시간 남짓 동안 하반신은 비에 젖은 양, 옷에 물기가 가득하다.

걷기가 힘들정도이다. 신발속에는 이슬들이 옷과 내 몸을 타고 내려가 양말이 헝건히 젖은 듯하다.

걸을 때마다 철벅 철벅,, 예전 군에서 행군하던 생각을 나게한다.

저만치 먼동이 터 온다.

먼동이 터 오는 만큼 만복대가 눈앞에 다가온다.

정말 오랜만에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한다.

수차례 일출을 보기위해 산을 올랐지만 번번히 구름이나 나쁜 기상때문에 느끼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정말 운이 따르나 보다..

만복대에서 일출을 뒤로하고 정령치로 향한다.

지난 번, 지리산 종주때 중산리를 출발, 정령치까지 계획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체력에 버티지를 못하고 성삼재에서 1차 종주를 마감하였는데..

그렇게 가벼운 거리가 아님을 느낀다.

이른 아침이라 정령치는 고요하다.

휴게소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모처럼 산꾼들의 포진으로 정령치는 활기가 넘친다.

젖은 양말을 벗고 새양말로 갈아 신었다. 다행히 물기를 양말이 다 빨아들여서인지 양말만 젖고 신발 내부는 그다지 젖지를 않았다.

휴게소 측면으로 올라 다시 고리봉을 넘었다.

일행들의 걸음이 생각보다 빠르다.

혼자서 산행을 할때는 남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내가 발을 옮기는 것이 기준이며 표준이다.

하지만 단체에서는 내 기준과 표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단체의 이동속도만이 중요할 뿐이다.

아직 절반도 아닌데 몸은 지쳐간다.

주촌마을을 앞두고 고리봉에서 내려와 근처 도로옆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발 길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 절반도 못 왔는데..

이제 맑은 하늘의 햇살은 뜨겁다 못해 따갑다.

주촌마을까지의 이동은 아스팔트위로 걸어야 한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약 2킬로 남짓되는 주촌마을까지 모두가 패잔병이다.

백두대간 전 구간에 걸쳐 마을중심을 통과하는 유일한 마을이란다.

마을 어귀에서 간단히 늦은 아침을 먹고, 다시 산 능선을 향한다.

아뿔사, 모자가 보이지 않는다. 햇볕이 따가워 머리를 보호해야 하는데..

일행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체면상(?) 포기했다.(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가방속에 모자를 쑤셔넣었다.)

드디어 마지막 코스인 수정봉이 눈앞에 있다.

안내책자에는 대간길에서 반드시 짚어야하는 봉우리지만 그렇게 대단함을 느낄 수 없다.

차라리 우리 마을의 동산보다 못하다면 대간에 대한 모독일까?

12시가 되어서야 여원치가 보인다.

오늘의 목표점이다.

도로 건너편에 다음 종주의 출발점인 여원치가 보인다.

 

그래.. 다음 주는 다음에 생각하자! 오늘은 먼 대간길의 2번째 행로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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