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트레킹/별을 걷다!

하늘따라 눈길따라(육십령~동엽령)

so so 2007. 12. 25. 09:13

무릎이 완전하지 않다.

약간의 시큰거림은 있지만 대간종주는 빠뜨릴 수 없어, 괜찮을 거란 믿음을 갖고 길을 나선다.

23명의 일행을 태우고, 6구간 출발지인 육십령을 향해 버스는 금정역을 출발했다.

흐릴거라는 일기예보는 보기좋게 빗나가고 하늘엔 별들이 초롱초롱, 그리고 뚜렷한 망월이 하늘에 박혀있다.

 

세시간여를 지나, 덕유산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을 누룽지로 준비하고..

 

덕유산 휴게소에서 식사를 마친 후, 우리들은 육십령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마침내 3시 30분, 한달만에 다시 육십령을 찾았다.

 산행전, 간단히 몸풀기를 하고 육십령을 출발, 할미봉을 향한다.

덕유산 향적봉과 동엽령코스는 두어번 경험은 있지만 육십령에서 출발하는 남덕유코스는 처음이고 여러 경험자분들로 부터 굉장한 난코스라 소문을 접한지라 아픈 무릎과 연계해서 조금은 겁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 출발해야 한다.

날씨도 따뜻하여 자켓을 벗고 짚티하나만을 입고 출발한다.

할미봉을 향하는 코스는 생각보다 험하지 않다.

 정상의 날은 차다. 자켓을 입을까 망설였지만 그냥 이내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할미산의 하산길은 장난이 아니다.

밧줄하나에 의지한 채, 바위를 타고 내려가기를 서너번,

스틱이 귀찮게 느껴진다.

산 아래에선 없던 칼바람이 서서히 느껴진다. 한기도 심하게 느껴진다.

결국, 파카를 꺼내고, 귀덮개 모자를 쓴다.

 

 

저멀리 먼동이 밝아온다. 아직도 서봉까지는 한시간여가 남았는데..

하지만 산에서 보는 일출은 장소에 관계없이 감동이다.

주변을 붉게 물들여 자신의 솟음을 알린 뒤, 모든 붉음을 한 순간에 빨여들이며 쑤욱 하늘로 오르는 일출..

일행들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경의를 표한다.

할미봉을 출발한 지 3시간 여, 어렵게 서봉에 도착한다. 벌써 시계는 8시를 가르킨다.

계획대로라면 7시를 전후하여 도착하여야 하나, 할미봉 하산길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같다.

서둘러 남덕유산을 향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나타난다.

급하게 내려 꽂은 철계단..

쿵쿵거리며 내려가는 자세가 무릎을 신경쓰이게 한다.

지금까지 별 탈없이 잘 견디어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계단을 내려오자 마자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이거 큰일이다. 이제 시작인데.. 24킬로의 여정에서 겨우 6분의 1을 왔을 뿐인데..

다리를 끌기가 힘들다. 점차 속도가 쳐지기 시작한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결국은 최 후미로 빠졌다.

앞서던 비웅님이 걱정이 되시는 지, 나와 보조를 맞추어 주신다.

다행히 어렵사리 남덕유산에 흔적을 남긴다.

다른 일행분들이 나로 인해 시간을 많이 지체하게 한 것같아 미안한 맘뿐이다.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는데..

계획대로라면 이시간은 삿갓재에서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지만 의외로 시간이 많이 길어지고 있다.

아픈 다리에 허기까지 진다.

급하게 먹거리를 꺼내어 간단히 배를 채웠다.

십여분의 휴식에 무릎 통증이 가신 듯하다.

다시 몸을 추스려 삿갓재를 향한다.

일행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씩 속도를 늦추어 후미를 따르기로 했다.

삿갓봉능선을 다다라 삿갓봉 정상을 올라야 할 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면 정상을 밟아야지.

삿갓봉 정상에서 흔적을 남기고 훌륭한 식사가 기다리는 삿갓재대피소를 향했다.

왜 이리 대피소의 길이 멀게 느껴지는 지...

대피소를 가는 내내, 대피소가 보이지 않아 왠지 불안하다.

 삿갓봉을 지난지 30여 분, 드디어 대피소가 보인다.

 

일행들이 대피소에서 벌써 식사를 시작하고 있다.

식사를 해야하는 데, 배낭을 부릴 힘도 없다.

잠시 숨을 돌리고 준비한 코펠과 버너를 꺼내었다. 그리고 부대찌개 재료를 꺼내어 부대찌개를 끓였다.

찌개와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대피소입구에는 이미 식사를 마친 회원님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무룡산으로 향한다.

끝없는 계단으로 되어 있는 무룡산..

시작도 하기전에 벌써 한 숨이 나온다.

갑자기 작년에 올랐던 한라산 정상이 생각난다.

작년 이맘때 진달래 능선에서 백록담을 오를 때, 무지 심한 칼바람과 긴 계단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릴듯한 계단을 지금 여기서 다시 오르고 있다.

한참 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을 올라 드디어 계단 꼭대기를 지나 무룡산에 도착했다.

오늘 종주의 마지막 정상, 무룡산..

 모두가 오늘 종주의 마지막 정상임을 아는 지, 기운이 넘친다.

아픈 무릎을 이끌며 드디어 마지막 마지막 정상을 올랐다.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남은 거리, 약 6 킬로.

이제 동엽령까지 약 2킬로가 남았다. 30분 후면 도착하리라.

힘들게 오른 후, 내려가는 일만 남아서인지 모두가 얼굴이 밝다.

 

저기 저만치 동엽령에서 먼저 온 일행들이 후미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무릎통증이 극에 달한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동엽령에서 안성주차장까지 나무와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걱정을 더하게 한다.

결국, 일행의 보행속도에 관계없이 내속도대로 나가야 할 것 같다.

함께하던 회원님들을 먼저 보내고 뒤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무릎통증은 심하지만 오늘도 해 내었다는 자부심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 준다.

한달뒤에 이어지는 7구간이 벌써 내 맘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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