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트레킹/별을 걷다!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

so so 2007. 11. 27. 23:34

왔던 길을 되짚어 한달여만에 무령고개에 다다른다.

하산 할 때는 몰랐던 어려움이 오르막 길로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만든다.

거리상으로는 영취산까지 320m.

하지만 첫 출발을 수킬로에 다다를 만큼 멀게 느껴진다.

어렵게 어렵게 도착한 영취산.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정상석은 예전이나 다름없는데.. 왜 일까?

단체촬영후 곧바로 덕운봉을 향한다.

약간의 내리막으로 길을 나서지만, 언 땅이 막 녹기시작했어일까? 길이 질퍽하다.

일행중 몇은 엉덩방아를 찧는다.

영취산에서 육십령구간은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대간산행이나 정상코스 산행에서도 자주 접하는 산죽이지만, 이곳 산죽은 밀림숲을 연상하게 한다.

내 키도 만만치 않는데.. 내 키를 육박하는 산죽들이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내가 이 곳을 지나는 게 아쉬어 인지, 아님 못 마땅해서인지는 몰라도 자꾸 내 팔을 잡아 끄는 것 같다.

내 몸을 더듬고, 내 눈을 사정없이 찌르고,,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그곳을 벗어나면 곧바로 진한 갈대색을 하고 풀어질 대로 풀어진 억새가 가는 한 해가 아쉬워서 일까? 온 능선을 따라 펼쳐져 있다.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사람들의 손길이 별로 닿지를 않은 듯하다.

오늘 코스는 평소 코스의 절반밖에 되지를 않아 쉬우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지루하기 까지 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더 힘들게 느껴진다.

평상시 대간종주라면 정오에 다다르면 거의 끝물이라.. 다시 용기를 얻어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싯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도 남아있는 거리가 움직인 거리보다 몇배 더 길다.

땀이 흐르고, 길은 미끄러운데.. 아직도 남아있는 거리가 움직인 거리보다 훨씬 길다.

정오에 다다르자 허기가 진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 지, 대장은 더 좋은 명당자리를 구하는 지 흐트러짐없이 자신의 갈 길을 간다.

민령을 지나 깃대봉을 앞두고 점심을 위해 터를 잡는다.

버너랑 코펠을 준비된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나역시 어느 산꾼의 버너옆으로 터를 잡았다.

산에서 끓여먹는 라면의 맛은 먹어보지 않은 자는 모르리라..

식사를 끝내고 오늘의 최대 목적지인 깃대봉을 향한다.

숨이 차다. 금방 먹은 밥이랑, 한 두어잔 얻어먹은 술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당장이라도 넘어 올거같다.

저멀리 힘차게 뻗어있는 고속도로를 따라 육십령터널이 놓여있고, 우리일행은 그 위를 밟고 깃대봉으로 향한다.

우여곡절끝에 오르기 시작한 지 1시간 여~

저만치 펄럭이는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저 곳이 오늘의 하일라이트, 깃대봉이 아닌가?

무슨 연유로 태극기가 펄럭이는 지는 모르지만, 인적을 느낄 수 있어 약간의 온기가 느껴진다.

인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내려가는 만큼 올라야 하는 종주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는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오늘의 종착치 육십령을 밟고 있는 이자리 역시 다음 종주를 위한 첫걸음을 해야 하는 곳.

한 달뒤의 산행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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